한국은행이 카카오 자회사 도움을 받아 인공지능(AI) 연구조직을 신설한다. 보수적인 중앙은행이 신기술을 흡수해 조직 혁신을 도모하려는 의지를 내보였다는 점에서 눈에 띄는 행보다.
한국은행은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부에서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인공지능 기술 협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카카오 사내기업으로 운영하다 지난해 12월 분사한 AI 기반 플랫폼·솔루션 개발 기업이다.
국내 중앙은행이 최신 디지털 기술 도입을 위해 외부기관과 손잡기는 처음이다. 한은은 “AI 등을 활용한 새로운 연구기법에 대한 이해를 제고하고 적용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협약을 체결했다”며 “한은 업무 고도화를 위한 AI 기술 지원과 적용 등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최근 창립 70주년을 맞아 발표한 중장기 발전전략에서 ‘디지털 혁신’을 시급한 과제로 언급했다. 한은은 올해 하반기 디지털혁신실을 신설해 AI와 머신러닝(기계학습) 등 새로운 연구기법을 적용할 방안을 탐색키로 했다. 이번 협약은 그 일환이다.
한은은 협력사 선정 이유에 대해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AI와 검색 기술을 기반으로 기존 업무를 고도화하고 신규 업무 영역을 개척해 국내에 인공지능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세미나, 면담 등을 진행한 업체 중 한은이 추구하는 디지털 혁신에 가장 큰 관심을 표명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다른 인공지능 업체들과도 면담을 진행 중이다.
한은은 AI 관련 연구를 토대로 경제 전망과 통계 고도화, 시스템리스크 모니터링 및 분석 기법 정교화, 지급결제시스템 효율화 등을 추진한다. 한은은 “정책 지원 AI는 전문 업체들이 시도하지 못한 영역”이라며 “한은의 조사연구 역량과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기술적 지원으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