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대남확성기’ 맞대응 불가피 판단…고강도 감시는 계속

입력 2020-06-23 15:55
군 당국이 북한군의 대남 확성기 재설치에 대한 대응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군은 ‘상응 대응’을 기조로 삼아 북한이 확성기 방송을 재개할 경우 맞대응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맞불’을 놓을 경우 북한을 더 자극할 수도 있다는 점은 우려되는 지점이다.

<2020년06월22일 파주=권현구기자 stoweon@kmib.co.kr> 북한이 대표적인 대남 심리전 수단인 확성기 방송 시설을 재설치하는 정황이 포착된 가운데 22일 경기도 파주 접경지역 바라 본 북한 지역에 확성기가 보인다.

북한군은 지난 21일 오후부터 비무장지대(DMZ) 전선 일대 20여 곳에 확성기 방송 시설을 재설치했으며 추가로 20여개를 더 설치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군은 2018년 5월 확성기를 철거하기 전 이 곳에서 40여개의 확성기를 운용했다. 북한은 확성기를 통한 대남 방송을 아직은 하지 않고 있지만 이는 시간문제로 보인다.

군 당국은 구체적인 대응 방안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23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남북이 함께 기울여온 성과를 무산시키는 조치를 행동에 옮길 경우 필요한 조치를 충분히 취할 것”이라고 했다. 그 조치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북한이 확성기 방송을 시작하면 군 당국 역시 대북방송으로 맞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우리 정부는 이미 ‘상응대응’ 기조를 공언한 상태다. 우리 군도 2018년 5월 철거했던 확성기 방송시설을 점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대북방송을 재개할 경우 북한을 더 자극할 수 있는 점, 4·27 판문점선언을 스스로 파기하게 되는 점 등은 부담이 되는 대목이다.

E-737 피스아이 (사진=합동참모본부 제공)

군은 한·미 정보 자산을 총동원해 북한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북한의 확성기 설치가 알려진 지난 22일엔 한·미 정찰기 8대가 동시 출격해 대북 감시에 나섰다. 한국 공군은 공중조기경보통제기 피스아이 1대, 미 공군은 정찰기 리벳 조인트(RC-135W) 1대, 주한미군은 정찰기 가드레일(RC-12X) 6대 등을 각각 투입했다.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는 지난 21일부터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호(CVN-71), 니미츠호(CVN-68) 2척을 한반도가 작전구역인 7함대에 전진 배치시켰다. 중국을 견제할 목적이 크지만 최근 한반도 안보 정세와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