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옥션은 다음 달 15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본사에서 열리는 7월 경매에 보물 제1796호 '정선 필 해악팔경 및 송유팔현도 화첩'(우학문화재단 소장품)이 나온다고 23일 밝혔다. 추정가는 50억~70억원으로 고미술품 경매 최고가 기록을 경신할지도 주목된다. 기존 고미술품 최고 낙찰가는 2015년 서울옥션에서 거래된 대형 괘불 ‘청량산괘불탱’(보물 1210호)로 35억2000만원에 팔렸다.
이번에 나온 '정선 필 해악팔경 및 송유팔현도 화첩'은 정선이 60대 후반에서 70대 후반경 노년기에 금강산 일대를 그린 진경산수화 8점과 송나라 시대 유학자들의 일화와 글을 소재로 그린 고사인물화 8점 등 총 16점을 엮은 화첩이다. 표지에는 ‘겸재화(謙齋畵)라는 표제가 묵서로 씌어 있다. K옥션 측은 서로 다른 주제의 작품을 한 화첩으로 모아 놓은 것은 극히 드문 형태라는 점이 평가받아 2013년 보물로 지정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출품작은 용인대를 운영하는 사학재단인 우학문화재단 소장품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간송 소장품 불상이 유찰된 소식에 가렸지만, 우학문화재단은 지난달 같은 K옥션 경매에서 조선왕실 유품인 ‘경혜인빈상시죽책’을 내놓아 13억6000만 원에 팔았다. 우학문화재단은 지난해 6월에는 서울옥션에서 ‘감로탱화’(보물 1239호)호를 12억5000만원에 처분하는 등 지속해서 소장품을 시장에 내놓고 있다.
이 재단의 이학 이사장은 미술애호가로 국보 제262호 백자달항아리를 비롯해 수월관음도(보물 1286호) 등 국보·보물급 고미술품을 상당수 소장하고 있다.
문화계 인사는 “고미술계 큰손으로 유명했는데, 2년 전부터 재단 사정이 어렵다는 소문이 돌았다. 자꾸 중요한 고미술품을 처분하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보물이 경매에서 거래되는 경우는 적지 않다. 서울옥션만 해도 ‘경국대전 권 3’, ‘다산 정약용 하피첩’ 등 보물 21점을 경매에서 낙찰시킨 바 있다. K옥션에서도 겸재 정선이 그린 ‘퇴우이선생진적첩’ 등 보물 4점이 거래됐다. 그러나 2016년 6월 경매에 나왔던 보물 1900호 ‘주역참동계’(도가의 수련법을 담은 조선 시대 금속활자본 책)은 유찰됐다.
이처럼 보물이 경매라는 형식을 빌려 시장에서 거래되는 것에 우려의 눈길도 없지 않다. 특히 유찰 시 시장에 던지는 파장이 크기 때문이다. 미술계 관계자는 “아주 좋은 작품이라면 옥션에 나오기 전에 거래되기 마련”이라면서 “그래도 어쩔 수 없이 경매에 내놓을 때는 미리 사줄 사람을 파악하는 등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보물은 국가지정 문화재인 만큼 유찰 시 우리 문화재에 대해 싸구려라는 인식을 줄 수 있고 가뜩이나 어려운 고미술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문화재는 그 나라의 얼굴이다. 과거에는 조용히 구매자를 찾아 거래하는 경우가 많았다. 급하다고 중고물품처럼 시장에 주먹구구로 내놓는 후세대의 인식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