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미투’를 촉발시킨 서울 노원구 용화여자고등학교의 전직 교사가 첫 재판에서 제자들을 성추행한 혐의 일부를 부인했다.
전직 용화여고 교사 A씨는 23일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마성영) 심리로 열린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제추행) 등 혐의 첫 공판에서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날 A씨 측 변호인은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공소사실 중 ‘교복 치마 속에 손을 넣었다’ ‘입으로 학생의 볼을 깨물었다’ ‘손등이나 손으로 학생의 신체 일부를 만졌다’ 등은 인정하지 않는다”며 “피고인과 피해자들은 담임과 제자 관계이고, 공소사실에 나온 장소들 모두 교실이나 교무실 등 학교 내부인 만큼 피고인이 학생들의 학습 훈련을 검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또 “상황이 발생한 시간 역시 면담이나 청소 시간 등이었다”며 “8년 전 일이고 피고인은 수십년 종사했기 때문에 피해자들의 주장처럼 신체적 접촉이 있었을 수는 있지만, 의도적으로 특정 신체부위를 치거나 만진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에 재판부가 “기억은 안 나지만 (신체 접촉이) 있었을 수는 있다는 말이냐”고 질문하자 변호인은 “그랬을 수는 있지만 강제추행의 의도를 갖고 한 것은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A씨는 용화여고 교사로 재직 중이던 2011년부터 2012년 사이 학교에서 학생들의 특정 신체부위를 손이나 손등으로 만지는 등 강제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이 사건은 용화여고 졸업생들이 2018년 3월 ‘용화여고 성폭력 뿌리 뽑기 위원회’를 꾸리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성폭력 피해 사실을 폭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검찰은 2018년 A씨를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했으나, 이후 ‘노원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모임’이 진정서를 접수하자 보완 수사를 통해 지난달 21일 A씨를 재판에 넘겼다.
한편 이날 재판이 열리기 전 노원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모임과 한국여성의전화 등 시민단체들은 서울북부지법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스쿨미투의 가해자들이 제대로 처벌 받는 그날까지 계속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경숙 노원스쿨미투를지지하는시민모임 활동가는 “학교 교원징계위원회에서 18명이 징계를 받았으나 현재 15명의 교사가 학교에 복귀했고 단 한 명만 기소됐다”며 “이마저도 불기소된 것을 재수사를 촉구한 끝에 이뤄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피해당사자 학생도 입장문을 통해 “이쯤에서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수십번도 넘게 들었지만 과거 다른 방법이 통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시 최선이라고 생각한 ‘미투’라는 방식을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