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인종차별 반대 캠페인을 대놓고 조롱하는 현수막이 논란거리가 됐다. 논란 당사자인 번리 구단은 조사와 함께 사과 메시지를 발표했지만 파문은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번리 구단은 22일(현지시간) EPL 30라운드 맨체스터 시티와의 경기 중 공식 성명을 발표해 “사건에 책임이 있는 이들을 강력하게 비판한다”면서 이들을 영구적으로 경기장에 출입 금지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일간 더타임스는 당시 현지 경찰이 사건이 벌어지는 걸 막으려 했는지 여부는 확실치 않다고 보도했다.
사건은 이날 경기 킥오프 직전 홈구장 터프무어에서 선수들이 무릎을 꿇고 인종차별 반대 캠페인을 하는 와중에 벌어졌다. 번리 팬 일부가 경기장 상공에 ‘화이트 라이브스 매터(White Lives Matter·백인 목숨도 중요하다)’라는 현수막을 비행기로 띄우면서다. 현수막 끝에는 구단의 이름까지 달았다.
이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흑인 인권운동 구호 ‘블랙 라이브스 매터(Black Lives Matter·흑인 목숨도 중요하다)’를 역차별 내지는 인종 대 인종의 문제로 평가절하하는 메시지다. 최근 경기마다 이 메시지를 선수들의 경기복에 이름 대신 써 붙이는 등 인종차별 반대 캠페인을 하는 EPL로서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번리 선수단 주장을 맡은 수비수 밴 미도 “부끄럽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무슨 일이 있을 거라는 소문은 들었고 구단도 이를 막으려 했다. 동료들도 현수막을 보고 황당해했다”면서 “사건을 벌인 사람들은 지금이 21세기라는 걸 깨닫고 공부해야 한다. 우리(선수들) 중 많은 이들도 공부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미는 “사건을 벌인 이들도 우리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블랙 라이브스 매터 운동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배우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선수들과 대부분 팬은 사회와 축구, 모든 부문에서의 평등을 원한다. 인종이나 종교 성별, 성소수자 공동체 모든 영역에서의 평등”이라고 말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