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소설의 계절…대가부터 신예 작가들까지 신작 풍성

입력 2020-06-23 11:08


교보문고가 최근 발표한 상반기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를 보면 100위권에 진입한 소설은 19종으로 지난해(14종)보다 다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톱 10’에 이름을 올린 신작 소설을 한 편도 없었다. 고전까지 아우르더라도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 8위를 차지했을 뿐이다. 독자의 관심을 끄는 스타 작가의 신작이 별로 없었던 것이 소설 시장이 주춤한 이유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들어 ‘소설의 계절’로 불리는 여름이 다가오면서 서점가에는 내로라하는 작가들의 신작 소설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거장의 작품부터 독자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젊은 작가의 작품들까지 그야말로 풍성한 소설의 성찬이 차려진 듯한 분위기다.

여름을 앞두고 출간된 대가의 작품으로는 황석영의 ‘철도원 삼대’, 김훈의 ‘달 너머로 달리는 말’에 눈길이 쏠린다. ‘철도원 삼대’는 3대(代)에 걸친 철도 노동자 가족사에, 공장 노동자인 이 가족의 증손 이야기가 포개진 구성을 띠고 있다. 경박단소(輕薄短小)라는 출판계 트렌드에 ‘역행’하는 620쪽짜리 묵직한 작품이다. 황석영은 “염상섭의 ‘삼대’가 식민지 부르주아 삼대를 통해 근대를 조명했다면 ‘철도원 삼대’는 3‧1 운동부터 현재까지, 그 뒤를 이은 소설”이라고 자평했다.

‘달 너머로 달리는 말’은 김훈의 팬이라면 반색할 만한 책이다. 신화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가상의 국가들을 만들어내고, 그 안에서 충돌하는 문명과 야만의 세계를 조명한 소설인데 김훈 작품 특유의 파워를 실감할 수 있다. 김훈은 “화가가 물감을, 음악가가 음(音)을 사용하는 것처럼 언어를 쓰고 싶었다. 지금까지 써본 적 없는 새로운 언어의 세계를 만들어내고자 했다”고 전했다.

상대적으로 젊은 작가의 작품으로는 정세랑의 장편 ‘시선으로부터,’, 강화길과 김성중이 각각 발표한 소설집 ‘화이트 호스’ ‘에디 혹은 애슐리’ 등이 주목할 만하다. ‘시선으로부터,’는 한국과 미국에 각각 나뉘어 사는 가족이 미국 하와이에서 어머니 ‘심시선 여사’의 10주기 제사를 지내기로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화이트 호스’는 올해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한 강화길의 소설집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눈길을 끄는 책이고, ‘에디 혹은 애슐리’는 박력 넘치는 이야기의 힘을 보여준 김성중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눈여겨봄 직한 신간이다.

출간을 앞둔 신작 중에서는 김연수가 내놓을 ‘일곱 해의 마지막’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이후 8년 만에 발표하는 신작 장편으로 재북 시인 백석의 이야기를 담았다. 온라인 서점에서 이 책을 검색하면 ‘지은이의 말’엔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이것은 백석이 살아보지 못한 세계에 대한 이야기이자, 죽는 순간까지도 그가 마음속에서 놓지 않았던 소망에 대한 이야기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