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앞으로 컴퓨터 라인업인 맥(Mac)에 인텔 CPU를 사용하지 않는다. 이미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워치 등에 자체 설게 칩셋을 사용하고 있는 애플은 시스템 반도체에서 완전 독립을 하게 됐다. 아이폰부터 맥까지 앱을 공유할 수 있게 돼 사용자 입장에서도 장점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은 22일(현지시간) 온라인으로 진행한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향후 2년 내로 모든 맥에 자체 개발한 칩셋을 탑재한다고 밝혔다. 새 칩셋은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의 코어를 기반으로 애플이 직접 설계한 것이다.
애플은 자체 개발 칩셋을 탑재한 맥의 첫 번째 제품을 올해 말 출시할 계획이다. 애플은 기존에 출시된 인텔 칩셋 기반의 맥 제품에 대한 기술 지원도 향후 몇 년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애플의 독립 선언은 그동안 아이폰용 A시리즈 칩셋을 직접 개발하면서 얻은 자신감 때문으로 해석된다. 애초에 ARM 기반의 칩셋은 저전력 기반으로 구동해 스마트폰처럼 배터리를 소모하는 기기에 유리하지만 PC에서 사용하기에 성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전력 소모는 많지만 성능도 뛰어난 인텔 칩셋이 PC와 노트북 등에 사용된 이유다.
하지만 최근 들어 7나노, 5나노 등 초미세공정이 도입되면서 ARM 기반 칩셋 성능이 비약적으로 좋아졌다. 애플은 아이폰11에 들어간 A13의 성능이 PC보다 더 빠르다고 자신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애플의 칩 팀 책임자 인 조니 스루지는 WWDC에서 애플의 칩셋이 전력 소모는 줄이면서도 맥을 빠르고 강력하게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마이크로소프트, 어도비 등 주요 업체들이 새로운 애플 칩셋이 탑재된 맥에서 구동되도록 프로그램을 개발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애플은 개발자들에게 새로운 칩셋에서 소트프웨어를 구동시킬 수 있도록 개발도구를 제공할 계획이다.
애플이 맥에서 칩셋을 바꾸는 건 2006년 이후 15년 만이다. 애플은 이전까지 파워PC를 사용하다가 성능이 더 좋은 인텔로 전환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애플은 인텔 칩셋 전환 이후 3년간 파워PC 제품군에 대한 사후지원을 했다. 현재 애플의 시장점유율이 더 높은 만큼 이보다 오랜 기간 기술 지원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WSJ은 예상했다.
인텔은 주요 고객을 잃게 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애플을 잃는 건 재정적 손해 뿐만 아니라 상징적인 타격도 있다”고 지적했다. 에버코어 분석하 CJ 뮤즈에 따르면 인텔은 애플에 한해 34억 달러(약 4조1000억원)의 칩셋을 판매하고 있다. 인텔 전체 매출에서 5%에 조금 못 미치는 수치다.
애플의 자체 개발 칩셋이 맥에 탑재되는 건 소비자들에게 이점이 있다. 아이폰, 아이패드, 맥이 같은 아키텍터에서 구동되기 때문에 서로 앱을 호환해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폰용 앱을 맥에서 그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또 ARM 기반의 칩셋이 전력 소모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지금보다 더 오랜 시간 전원 없이 노트북을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