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도 유해 봉환 요청은 도발” 문 대통령 또 저격한 북 매체

입력 2020-06-23 07:52
1922년 1월 모스크바 극동민족대회에 참석한 홍범도 장군(왼쪽)과 최진동 장군이 레닌에게서 선물 받은 권총을 차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카자흐스탄에 묻힌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을 두고 북한 선전매체가 고향인 평양에 안치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문재인 대통령의 봉환 요청을 반인륜적 행위이자 도발이라고 저격했다.

대외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23일 ‘조상 전례의 풍습을 무시한 반인륜적 행위’ 제목의 논평을 내고 “유해가 그의 고향인 평양에 안치돼야 한다는 것은 북과 남은 물론 해외의 온 겨레가 한결같이 인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카자흐스탄 정부도 북과 남이 통일된 이후에 홍범도의 유해를 넘겨주겠다고 약속했다”고 한 매체는 “남조선 당국의 책동은 조상 전례 풍습도 국제관례도 무시한 반인륜적 행위이며 또 하나의 도발”이라고 비난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4월 카자흐스탄 국빈방문 당시 홍범도 유해 봉환을 요청했고 카자흐스탄 정부의 협조를 약속받아 실무협의를 진행 중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봉오동 전투 전승 100주년을 맞아 SNS에 “이역만리 카자흐스탄에 잠들어 계신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조국으로 모셔와 독립운동의 뜻을 기리고 최고 예우로 보답할 것”이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아울러 우리민족끼리는 “남조선 당국의 홍범도 유해 송환 책동을 묵과하지 않을 것이며 어떤 대가가 차례(치러)지는 가를 똑똑히 보여줄 것”이라며 “저들 ‘정권’이 마치 반일 독립운동에 뿌리를 둔 ‘정통성 있는 정권’인 것처럼 오도하고 외교 치적으로 삼으며 동포를 끌어당겨 보려는 속심(속셈)이 깔려있다”고 깎아내렸다.

홍범도 장군은 평양 출생으로 일제 강점기 당시 독립군 총사령관으로 활약하며 봉오동 전투를 이끈 대표적인 독립운동가다. 장군은 연해주에서 살다가 스탈린의 한인 강제이주정책으로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으로 옮겨갔으며 1943년 그곳에서 사망했다. 정부는 홍범도 장군의 유해 봉환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은 ‘철면피한 감언이설을 듣자니 역스럽다’는 제목의 담화를 통해 문 대통령의 6·15 공동선언 20주년 연설 및 15일 수석·보좌관 회의 발언을 두고 “맹물 먹고 속이 얹힌 소리 같은 철면피하고 뻔뻔스러운 내용”이라고 비난했다. 이는 문 대통령이 “나와 김정은 위원장이 8000만 겨레 앞에서 했던 한반도 평화의 약속을 뒤로 돌릴 수는 없다”고 한 발언을 저격한 것이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