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공범으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항소심 공판에 출석한 증인이 진술을 번복했다. 이 증인은 1심에서 “분명히 저녁 식사를 했다”고 증언했다가 항소심에 와서 “다시 생각해보니 저녁을 먹진 않은 것 같다”며 말을 뒤집었다.
이는 ‘드루킹’ 김동원씨 일당의 사무실을 재방문했을 때 저녁 식사를 늦게까지 해서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 시연을 본 적이 없다는 김 지사 측 주장에는 불리한 증언이다. 재판부는 이례적인 진술 번복에 “위증죄로 처벌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함상훈)는 22일 김 지사 측 변호인의 신청으로 김씨가 만든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회원 조모씨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김 지사 측은 이날 조씨의 1심 진술을 토대로 김 지사가 2016년 11월 9일 경기도 파주의 경공모 사무실에서 킹크랩 시연을 봤다는 핵심 공소사실에 균열을 낼 계획이었다.
김 지사 측은 킹크랩이 시연된 것으로 확인된 2016년 11월 9일 오후 8시7분15초~23분53초에는 물리적으로 시연을 볼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경공모 회원들과 음식점에서 포장해온 닭갈비를 오후 7시쯤부터 1시간 가량 먹었고, 이후 시연회가 아닌 ‘선플 작업’ 등에 대한 브리핑을 듣고 있던 시점이었다는 것이다.
조씨는 1심에서는 김 지사가 경공모 회원들과 저녁 식사를 했다고 증언했다. 그런데 이날 법정에서는 “당시(1심)에는 그렇게 기억했는데, 그때도 식사 여부는 기억 안 나는데 대답을 그렇게 했다”며 말을 바꿨다. 조씨는 “김 지사가 온 날 닭갈비를 먹었다고 하는데, 닭갈비를 먹은 기억이 없다”고 주장했다.
조씨 증언은 김씨의 진술과도 결을 달리하는 것이다. 김씨는 킹크랩 시연회가 있던 날 김 지사가 늦게 온다고 해서 경공모 회원들끼리 닭갈비 가게에서 식사했다고 증언했다. 그런데 조씨는 그에 대해서도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김 지사 측 변호인이 “증인을 빼놓고 식사했을 수도 있느냐”고 묻자 조씨는 “그랬을 수도 있다”고 답했다.
재판장인 함상훈 부장판사는 “다 녹음되고 있고, 1심과 2심 증언이 다르면 신빙성이 많이 없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위증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걸 다시 말씀 드린다”고 경고했다. 조씨가 항소심에서 1심과 정반대 취지로 증언을 하자 석연치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함 부장판사는 조씨가 경공모 회원이자 김씨를 변호했던 윤평 변호사를 증인 출석 전에 선임한 것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함 부장판사는 “성폭행 사건이나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증인이 변호사를 선임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윤 변호사와 오늘 증언에 대해 논의한 적이 있느냐”고 질문했다. 김 지사 측에 불리하게 증언을 사전 조율했을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조씨는 윤 변호사와 증언에 대해 논의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함 부장판사가 윤 변호사를 선임한 이유에 대해 묻자 조씨는 “앞서 증인으로 나오라고 해서 출석 여부에 대해 상의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