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동에 있는 ‘네이처 리퍼블릭’은 매년 전국 땅값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월 임대료만 2억 6000만원에 달하는 화장품 판매점이다. 비슷한 업종의 서울 지역 평균 임대료(9130만원)의 3배에 가깝다. 유동 인구가 많은 사통팔달의 입지 조건 때문에 업계에선 ‘매출 명당’으로 꼽힌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명당 자리를 없앨지도 모른다. 코로나19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와 비대면(언택트) 소비가 확대되면서 제품 판매나 서비스 방식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의류나 악세사리 등 패션 관련 소매점은 입지가 좋은 1층에 주로 위치해 있는데, 비대면 소비가 늘면서 매장의 입지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소위 ‘목 좋은’ 자리가 사라지면서 공실 증가 등 해당 상권이 침체할 수도 있다. 아울러 ‘핵심 상권’에서 ‘동네 상권’으로 자영업 활동 지도가 재편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22일 KB국민은행 ‘리브온’ 상권 분석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서울 핵심 상권의 매출액은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두드러졌던 지난 3월의 경우, 명동은 224억3000만원으로 지난해 2월(488억7000만원)에 비해 54.1%나 급감했다. 같은 기간 종로3가역은 -73.1%, 강남역 상권은 -49.9%를 기록했다. 이들 핵심 상권의 유동인구가 평소의 40~60%까지 줄어들면서 매출 감소로 이어진 것이다.
반면 집에서 가까운 ‘생활밀착형’ 소매점은 오히려 매출이 늘거나 감소폭이 크지 않았다. 슈퍼마켓 및 잡화점의 지난 3월 매출액은 전달보다 7.7% 늘었다. 편의점도 4.1% 올랐다. 여기에다 비대면 소비가 급증하면서 대형 오프라인 매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뜸하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배달 및 비대면 판매 증가는 전통적인 상가 입지 선호도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실제로 온라인 매출 비중이 높은 음식점은 상대적으로 매장 규모가 작고, 입지에 대한 제약이 덜해지면서 임대료 수준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의 서비스업 조사(2018)에 따르면 음식점은 온라인 매출이 없으면 ㎡당 임대료는 32만9000원, 온라인 매출 30% 초과시 23만4000원이었다. 매장 면적도 온라인 매출이 없으면 ㎡당 127만원, 30%를 초과하면 85만원으로 3분의 2수준으로 낮아졌다.
KB금융경영연구소 김태환 연구위원은 “코로나 이후 또는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비대면 소비 확대는 오프라인 매장의 경쟁력 하락을 가속화할 것”이라며 “자영업자들은 드라이브 스루나 무인점포, 예약제, 공용공간 축소 등 차별적 운영 방식 등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소비자 행태 변화에 맞춰 온라인 및 생활밀착형 채널 강화, 매장 운영방식 전환 등도 필요한 과제로 제시됐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