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이 18개 상임위원장을 여당이 전부 가져가라고 선언하면서 원 구성 협상이 또다시 벽에 부딪혔다. 상임위원장 몇 개를 두고 지지부진한 싸움을 하기보다 여당에 모든 책임을 지우는 편을 택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정상화를 위한 선택은 불가피하다”며 결단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여야 원내수석부대표는 22일 국회에서 만났지만 이견만 확인했다. 김성원 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18개 상임위원장) 포기가 아니라 민주당이 다 뺏어가라는 것이다. 다 뺏어가서 입법독재를 실현하라”며 “지금은 협상의 시간은 아니다. 결단의 시간이고 선택의 시간”이라고 했다. 통합당 의원들을 상임위에 강제 배정한 데 대한 박병석 국회의장의 사과도 재차 요구했다.
민주당은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통합당에 다시 주는 안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통합당의 협상 테이블 복귀가 늦어질수록 3차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는 지연된다. 따라서 민주당 입장에서는 협상 중단 상황을 두고만 보기도 어렵다.
강훈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고위전략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참을 만큼 참았다는 분위기가 강하다”며 “추경과 원 구성 마무리 등 국회 정상화를 위한 선택은 불가피하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이 12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모두 가져가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박 의장도 야당의 협조를 재차 요구했다. 그는 민주당 여성 의원들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국회를 빨리 개원하라는 것이 국민의 공정한 요구”라며 “남북관계가 어려운 상황이 야당이 등원할 명분이 될 수 있으니 빨리 들어오는 게 좋지 않겠냐”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고 한다.
통합당은 통상 야당 몫이었던 법사위원장을 지키지 못하면 나머지 상임위원장을 가져오는 게 별 의미가 없다고 보고 있다. 주 원내대표가 여당 주도의 본회의 이후 사의를 밝히고 잠적한 것도 별다른 수가 없는 상황에서 택한 최후의 방법이라는 것이다. 강대강 대치 속에서 통합당은 상임위원장 전부를 민주당에 넘기고 개별 상임위 활동을 치열하게 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주 원내대표의 복귀는 본회의가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25일이나 26일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민주당이 13대 국회부터 내려온 상임위원장 배분 룰을 깼다. 룰이 깨진 상황에서 협상을 더 할 필요가 있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법사위를 가져가는 대신 ‘알짜 상임위’를 내주겠다는 것은 통합당을 교란시키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통합당의 차기 대권 주자에 관한 질문에 “대선주자는 나타나는 것이지 자신이 대선주자라고 (주장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현재 가능성 있는 대권후보로는 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 한 명을 꼽았다. 김 위원장 자신이 대권에 도전할 가능성을 묻는 말에는 “내가 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왔다가 내년 4월 재보궐선거 때까지 비대위원장을 맡게 된 것”이라며 주어진 역할에만 집중하겠다고 했다. 당명 개정과 관련해서는 “이름(당명)은 민주당이 가장 좋은데, 저쪽에서 가져가 버렸다”고 말했다.
심희정 김용현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