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무 축구단 대신 내년 프로축구 K리그에 창단될 예정이던 경북 상주 연고 시민프로축구단 계획이 백지화됐다. 창단에 긍정적인 태도로 일관했던 상주시가 돌연 태도를 바꿔 백지화를 선언하면서 지난 10년간 시민구단 창단을 전제로 축구계가 들였던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
강영석 상주시장은 22일 상주시브리핑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10년간 국군체육부대와 사단법인 상주시민프로축구단이 함께 운영해온 상주상무프로축구단은 올해 말을 기점으로 막을 내린다”고 발표했다. 애초 상주시가 상무를 유치하며 전제조건으로 걸었던 시민구단 전환 약속을 어긴 조치다. 강 시장은 지난 4월 재선거를 통해 시장직에 취임했다.
강 시장은 “많은 상주시민들은 시민구단 전환이 2011년 상주상무프로축구단의 유치 조건이었음을 알지 못했다”면서 “시민구단으로의 전환이 조건이었다면 지난 10년간 충분한 준비를 해야 했으며, 특히 그러한 준비는 상주시민프로축구단의 대표이사가 했어야 할 일”이라고 구단을 비난했다. 강 시장은 또한 유소년 학생 학부모들이 입을 피해를 언급하며 “이에 대한 책임은 현재의 제도와 비정상적 운영이 될 수 없게 만든 한국프로축구연맹과 국군체육부대, 상주시민프로축구단 3자 모두에게 공동으로 있다”며 화살을 돌렸다.
상주 구단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불과 한 달 전인 지난달 20일 열린 시민구단 전환 공청회까지만 해도 취소 기류가 없었기 때문이다. 상주 구단 관계자는 “금일 발표 자체가 저희와 아무 이야기 없이 일방적으로 한 것”이라면서 “구단과 대표는 경영상의 책임을 지는 것이지 연고 전환 준비를 하는 게 아니다. 시민들이 몰랐다는 것의 근거가 무엇인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공청회 이후 대표가 시장을 두 번 찾아갔는데 ‘고민하고 있다’는 반응만 보이고 아무 언급을 해주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책임 소재의 당사자로 지목된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유감 입장을 밝혔다. 연맹 관계자는 “무려 10년 동안 시민구단 전환 조건이 연고 계약에 있었다는 걸 몰랐다는 식으로 한 표현 자체가 사실관계에 맞지 않다”면서 “사전에 협의도 소통도 없이 대외발표를 했을 뿐더러 K리그 유스팀 구조가 기형적이라는 등 책임을 전가하는 표현을 쓴 점도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2011년부터 상주시를 연고지로 K리그에 참여한 상주 상무는 올해를 마지막으로 연고협약이 만료된다. 상주는 그동안 상주시민축구단 전환을 위해 타당성 조사와 지난달 공청회 개최 등의 단계를 밟아왔다. 시민구단으로 전환할 경우 광주 상무가 광주FC로, 아산 경찰청은 충남 아산으로 전환됐던 성공사례가 이어질 수 있었지만 이번 결정으로 지방자치단체의 협약 파기라는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기게 됐다.
상무는 예정대로 K리그1에서 K리그2로 강등된 뒤 새 연고지에서 출발할 예정이다. 현재로서는 경북 김천이 후보지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