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 사건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채널A 이모 기자 측이 “서울중앙지검이 예단을 갖고 수사를 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서울중앙지검이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녹취록에 대해 입장을 표명했던 것이 부적절했다는 취지다.
이 기자의 변호인은 22일 “A검사장과 대화가 기록된 녹취록은 강요미수 혐의를 뒷받침할 증거가 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이 기자와 검찰 내부 관계자의 공모관계가 없었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유리한 자료’”라고 주장했다.
이 기자가 지목한 녹취록은 이 기자가 지난 2월 A검사장을 만나 신라젠 의혹 등과 관련해 나눈 대화 기록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정진웅)는 자리에 동석했던 이 기자의 후배 기자가 녹음했던 파일을 확보하고 수사 중이다. 검찰은 해당 녹취록이 이 기자와 A검사장의 공모 혐의를 뒷받침할 증거라고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녹취록과 관련해 한 언론은 A검사장이 “(유시민 의혹은) 관심 없다. 신라젠 사건은 다중 피해가 발생한 서민 금융범죄”라고 말했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이후 서울중앙지검은 “일부 사실 관계만을 선택해 보도했다. 사실관계 전반을 왜곡하거나 호도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검찰이 A검사장에게 불리한 내용도 확보하고 있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이 기자는 검찰의 이런 입장이 증거관계에 대한 판단을 암시한 것이라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 기자 측 변호인은 “녹취록 전문을 보면 피의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있을 수 있다고 암시하는 내용으로 읽힌다”며 “유죄의 예단을 심어주는 것이라 ‘검사의 객관의무’에도 위배된다”고 비판했다.
이 기자 측은 이번 사건 수사가 형평성 있게 진행되고 있지 않다고 반발하고 있다. MBC에 의혹을 제보했던 지모씨 등의 조사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한 수사 결론’을 도출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는 것이다. 또 서울중앙지검이 이 기자에 대해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편지와 녹취록은 이미 검찰이 확보해 법률검토만 남았고 증거를 인멸할 상황이 아니다”며 “이 기자의 구속 필요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범죄 혐의의 성립을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수사팀은 이 기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대검찰청 차장이 주재하는 5명의 부장급회의에서는 결론이 도출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이날 이 기자에게 협박을 당한 당사자로 지목된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 코리아 대표를 재차 소환조사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