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 행각을 벌이고 해외 도주를 시도하다가 공항에서 붙잡힌 전직 경찰관, 교도관 출신 러시아인 2명이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2부는 특수강도, 감금치상 등 혐의로 기소된 불법체류자 A씨(29)와 B씨(33)에게 각각 징역 5년을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17일 오후 7시30분쯤 전남 완도군 C씨(65)의 집에서 C씨를 결박해 감금하고 현금과 휴대전화를 빼앗아 달아난 혐의로 기소됐다.
일당은 폰뱅킹 업무를 부탁하려고 C씨를 찾아갔다가 C씨가 자신을 탓하는 듯한 행동을 했다고 생각하고 폭행했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저항하는 C씨의 입을 막아 정신을 잃게 한 뒤 4km 떨어진 축사 앞에 C씨를 방치했다.
이들은 범행 다음 날 오후 1시30분 김해공항을 출발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할 예정이었다.
경찰은 출입국사무소와 항공경찰대 협조로 비행기 출발 10분 전 A씨 등이 탄 항공기를 확인하고 계류장에서 활주로로 이동하던 항공기를 긴급 회항 조처해 일당을 검거했다. 범인들은 단기 체류(B-1) 비자로 입국한 뒤 지난해 7월 체류 기간이 만료했음에도 불법 체류한 혐의와 무면허 운전을 한 추가 혐의도 받는다.
일당은 피해자를 화물차 안에 결박한 뒤 인적이 드문 곳에 방치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극도의 공포를 느끼고 신체적 고통을 감수해야 했다”면서 “그런데도 잘못을 뉘우치는 기색이 없고 피해자의 고통에도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폭행 후 감금·재물 강탈은 우발적이라고 평가하기 어렵지만, 최초 폭행은 출국을 앞두고 우발적으로 한 것으로 보이고 대한민국에서 다른 범죄 전력이 없었던 점 등을 감안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들이 강도 행각을 사전에 모의했다는 검찰의 주장은 인정하지 않았다. 범인들이 러시아에서 각각 교도관과 경찰관으로 근무했으며 한국에서 반년 넘게 생활하며 치안 상황을 알고 있었던 점 등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