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17일 발표한 6·17 부동산대책에 따라 23일부터 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삼성동·대치동·청담동 일대가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된다. 정책 발표 이후 시행까지 엿새 동안 이 지역 부동산엔 강남 갭투자가 가능한 마지막 매물을 사들이려는 문의가 빗발쳤다. 토지거래허가제에 따라 단기적으로 조정이 시작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호재의 영향을 받으리란 믿음이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2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삼성동, 대치동, 청담동 일대에는 강남 갭투자 막차를 노리고 급매물을 사들이려는 문의가 이어졌다. 정부가 이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면서, 23일부터는 주택을 구매할 때 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구매 후 2년간은 매매와 임대가 금지된다. 전월세를 끼고 주택을 구매하는 갭투자가 원천 봉쇄되는 셈이다.
급매물로 인해 호가도 금방 뛰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조회에 따르면 잠실 대장주 아파트로 불리는 리센츠 아파트 84㎡형이 지난 18일 21억원에 거래됐다. 리센츠 는 최근 호가가 20억원 이상이었지만 실제 거래매물은 18~20억원 선이었다. 업계에서는 국토부 실거래가에는 아직 반영되지 않았지만 이처럼 토지거래허가구역 계획 발표 이후 거래된 매물이 더 있을 것으로 진단했다.
토지거래허가제 도입이 송파구와 강남구 일대에 들어설 국제교류복합지구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을 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토지거래가 중단되기 전에 잠실, 삼성, 대치, 청담 일대에 갭투자를 하면 이후 높은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강남 개발 수요로 이 지역 부동산값이 폭등하는 것을 막을 계획이지만, 이처럼 투기 열기가 이어지는 한 단기 처방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잠실, 삼성, 대치, 청담 인접 지역 아파트 가격이 오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는 최근 용산 정비창 개발 사업 호재로 부동산 투기조짐을 보였던 용산 정비창 부지 전체와 인근에 있는 한강로동, 이촌2동 일대 재건축·재개발 사업구역 13개소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국토부는 최근에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지 않은 한강로1∼3가동, 이촌동, 원효로1가∼4가동 등의 투기 열기도 과열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강남구와 송파구 일대에는 이미 투자효과가 검증된 구축 아파트가 많아 토지거래허가구역 외곽의 부동산이 더 들썩일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갭투자를 차단해도 주택 구입 여력이 있는 ‘현금부자’들의 움직임도 변수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토지거래허가제가 도입된다는 것은 반대로 현금 부자들이 얼마든지 움직일 수 있도록 경쟁이 줄어들었다는 뜻도 된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인접 지역의 부동산 수요도 더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