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더불어민주당이 13대 국회부터 내려온 상임위원장 배분 룰을 깼다”며 “룰이 깨진 상황에서 협상을 더 할 필요가 있느냐”고 말했다. 민주당이 6개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을 강행하면서 국회 원 구성 협상의 룰을 깬 마당에 더 이상의 협상은 의미가 없어진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주호영 원내대표는 아마 오는 25일 복귀해 비대위 회의에 참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여당과의 추가 협상 가능성을 희박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민주당이 법사위를 가져가는 대신 ‘알짜 상임위’를 내주겠다는 것은 (상임위원장 자리를 원하는) 우리 당 중진의원들을 겨냥한 말로 통합당을 교란시키겠다는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통합당의 차기 대권주자에 관한 질문에 “대선주자는 나타나는 것이지 자신이 대선주자라고 (주장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재 가능성 있는 대권후보로는 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 1명을 꼽았다. 다른 여야 잠룡들의 지지율이나 주목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었다. 김 위원장은 “지금 우리 당에 대권주자가 누가 있느냐”라고 반문했다.
김 위원장은 예상치 못했던 ‘깜짝 대선주자’가 나올 가능성에 대해 “우리가 전혀 모르는 사람이 (대선 후보로) 나올 수는 없다”고 답변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황교안 통합당 전 대표 등에 대한 질문에는 “사람은 착한데, 착하다고 대통령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선에 등판할 가능성에 대해선 “자기가 생각이 있으면 나오겠지”라고만 했다.
김 위원장은 이른바 ‘미스터 트롯’과 같은 서바이벌 오디션 방식의 대선 후보 선출에 대해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공정한 심판관들을 세우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인연도 소개했다. 2001년 노 전 대통령이 해양수산부 장관 시절 김 위원장을 찾아가 대선에 나가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며 도움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당시 김 위원장은 “해수부 장관직을 내려놓고 대선 준비를 하라. 대통령이 그만두라고 하면 당장 내일이라도 관둬야 하는 (장관) 자리를 왜 계속 하려고 하느냐”고 조언했다. 그러자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있다면서 6개월은 더 장관직을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이후에도 자신을 한 차례 더 찾아온 노 전 대통령에게 “잘될 것 같다”면서 격려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 자신이 대권에 도전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내가 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왔다가 내년 4월 재보궐 선거 때까지 비대위원장을 맡게 된 것”이라며 주어진 역할에만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파국으로 치닫는 남북관계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내놨다. 김 위원장은 “남북은 1991년 유엔에 동시 가입했다. 국제사회에선 남북을 (각각) 하나의 독립국가로 본다”며 “우리가 이것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남북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우리에게 유일하게 바라는 것은 경제적 지원인데 대북제재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점을 잘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남북관계 전면에 나선 의도를 묻는 질문엔 “김정은 대신 김여정을 내세워 (남측 카운터파트로서의) 격을 낮추는 것”이라고 답했다.
김 위원장은 당 쇄신을 본격적으로 추진해나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당명 개정과 관련해 “이름(당명)은 민주당이 가장 좋은데, 저쪽에서 가져가 버렸다”고 말했다.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이 수감 중인 상황에 대해선 “언젠가 (두 전직 대통령이 형사처벌을 받은 데 대한) 유감 표명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무소속 홍준표 권성동 의원 등의 복당 문제에 관해선 “지금 얘기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