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이 기약없이 미뤄지고 있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가 새 국면을 맞고 있다. MLB 사무국이 선수노조 측에 새로운 제안을 할 태도를 보이면서 올 시즌 개막 여부 자체가 기로에 선 상태다.
미 NBC방송은 MLB사무국이 선수노조와 합의를 이루기 위해 기존에 제시했던 60경기 시즌 개막안을 수정하는 데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지난주 MLB 4개 구단에서 나왔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면서다.
2020 시즌이 이대로 개막하지 못한 채 취소된다면 선수들에게도 손해가 막심하다. 내년이 MLB 단체협약(CBA)의 마지막 기간이라서다. 구단들이 시즌 취소로 올 시즌 수입 자체를 포기하고 선수들도 한 시즌을 날려보낸다면 내년 CBA 종료 뒤 실시할 새 협상에 유리하게 작용할 리 만무하다.
롭 만플레드 MLB 총재는 이날 선수노조 측에 기존의 포스트시즌 확대 계획을 취소하는 한편 내년 아메리칸리그와 내셔널리그 모두에 지명타자 제도를 추가하는 안을 서한으로 보냈다. 올 시즌이 온전하게 치러지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22일 중 수정된 안이 제출될 수 있다.
선수노조는 최근 MLB사무국이 제안했던 60경기 안에 70경기는 치러야 한다며 맞섰다. 기존 180여 경기에서 경기수가 줄어들수록 경기당 수당이 적어져 선수들에게는 각자 입을 손해가 막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MLB사무국 역시 이를 거절했다.
그러나 최근 미 플로리다주에서 MLB 관련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상황이 변했다. 디애슬레틱에 따르면 선수들이 3-4주 간의 준비훈련에 참여할 수 있는 가장 이른 날짜는 29일이다. 다음달 하순 이후에 리그가 개막한다면 경기 수를 늘릴 여지는 갈수록 더 적어진다. 현 상황대로라면 MLB사무국의 제안대로 60경기를 치르기조차 매우 벅찬 상황이다.
NBC방송에 따르면 구단주들 사이의 여론 상 리그가 11월까지 진행될 가능성은 현재로서 희박하다. 10월에 리그를 진행하는 것 역시 코로나19가 낮은 기온에서 더 빨리 확산된다는 이유 때문에 그리 바람직한 선택지는 아니다. NBC방송은 “최근 나온 확진 판정까지 고려한다면 이번 협상이야말로 MLB가 취소되지 않고 개막할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