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림 “코로나19 속 공연 지켜야 했죠”[인터뷰]

입력 2020-06-22 15:11
2009년 뮤지컬 ‘렌트’의 콜린 역으로 데뷔해 11년 만에 콜린으로 돌아온 배우 최재림의 모습. 어느덧 베테랑 뮤지컬 배우가 된 그는 콜린의 고민을 폭넓게 이해할 여유가 생겼다. 최현규 기자

원작은 1896년 초연한 푸치리의 오페라 ‘라보엠’이다. 당시만 해도 음지에 있던 결핵, 동성애, 마약이라는 소재를 예술로 들여오면서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딱 100년 뒤인 1996년 이 작품은 미국 뉴욕의 브로드웨이에서 록 뮤지컬 ‘렌트’로 재탄생했고 올해는 한국 공연 20주년이다.

‘렌트’를 누구보다 특별히 사랑하는 배우가 있다. 2009년 ‘렌트’의 콜린 역으로 데뷔해 11년 만에 돌아온 배우 최재림은 19일 서울 서초구 한 카페에서 국민일보와 만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운 시기에 다시 콜린이 될 수 있어 영광”이라며 “이번 ‘렌트’는 브로드웨이 버전과 상당히 가깝다”고 전했다.

지난 13일 개막한 ‘렌트’는 미국 뉴욕 이스트빌리지에 모여 사는 가난한 젊은 예술가들의 꿈과 열정, 그리고 삶에 대한 희망을 그린다. 작품을 만든 천재 음악가 조나단 리슨은 초연 하루 전 대동맥 박리로 갑자기 요절했는데, 작품은 마치 그의 자전적 이야기 같다.

2009년 뮤지컬 ‘렌트’의 콜린 역으로 데뷔해 11년 만에 콜린으로 돌아온 배우 최재림의 모습. 어느덧 베테랑 뮤지컬 배우가 된 그는 콜린의 고민을 폭넓게 이해할 여유가 생겼다. 최현규 기자

최재림은 컴퓨터 천재 콜린을 연기한다. 어느덧 베테랑 뮤지컬 배우가 된 최재림은 11년 만에 재회한 콜린의 고민을 폭넓게 이해할 여유가 생겼다. “데뷔 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연기했는데 이번에는 해석의 깊이가 생긴 것 같아요. 마냥 따뜻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콜린의 아픔이 보여요. 콜린을 둘러싼 상황을 가볍게 받아들이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콜린의 무던함은 최재림과 닮아있다. 그는 “콜린을 잘 이해할 수 있었던 건 공감할 수 있는 영역이 많아서다”라며 “살면서 많은 일이 있었지만 침착하게 포용하는 느낌을 가진 콜린의 모습은 나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렌트’는 특히 배우들에게 매력적인 작품으로 꼽힌다. 최재림은 “정제되지 않은 거친 맛이 있다”며 “서사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으면서도 헐거운데 이 부분을 배우의 역량으로 채울 수 있도록 설계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배우의 역량에 따라 작품의 완성도가 달라진다는 점은 한편으로는 부담일 수 있지만 최재림은 이런 도전을 즐긴다. 그는 “11년 전에도 정말 많이 배웠는데 지금도 여전히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침체한 공연계에 대해 안타까움도 전했다. 최재림은 “모두가 힘든 상황이지 않나. 당장 내일 공연을 못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며 “그래서 더 소중하고 감사하다. 공연을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는 책임감이 컸다”고 말했다.

현재 ‘렌트’의 모든 배우와 스태프는 방역 지침을 철저히 따르고 있다. “이런 말이 조심스럽긴 하지만 안전한 공연을 위해 모두가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분장실로 들어가려면 여러 관문을 거쳐야 할 정도죠. 모두가 아침 11시에 문진표를 작성해요. 현재 몸 상태가 어떤지, 전날 어디를 다녀왔고 뭘 했는지 보고하죠. 항상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은 당연하고 발열 체크, 개인 청결에도 신경 쓰고 있어요. 배우 모두가 외부 활동을 최대한 자제하고요.”

이런 상황에서 ‘렌트’가 갖는 의미도 남다르다. 최재림은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라는 힘든 상황을 다 같이 겪고 있는 상황에서 치유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며 “사랑이 필요한 시대를 살아간다는 점에서 이 작품이 와닿을 것 같다”고 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