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건희는 열심히 하는 선수고 더 잘할 선수다. 두산에서도 좋은 모습 보여줄 걸로 기대한다. 두산 선수들도 건희를 잘 챙겨주셨으면 좋겠다.”
KIA 타이거즈 양현종(32)은 9일 수원 KT전에서 승리한 뒤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홍건희를 언급했다. 2011년부터 KIA에서만 뛰어오다 급작스레 두산 베어스로 트레이드된 애틋한 후배에 대한 걱정과 기대가 교차하는 코멘트였다.
기우였다. 홍건희(28)는 두산에 합류한 뒤 기대를 상회하는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21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홍건희는 3-1로 앞선 9회말 마운드에 올라섰다. 마무리 함덕주가 전날 공 40개를 던진 탓에 롱릴리프 역할을 수행하던 홍건희가 대신 마무리로 투입된 것.
홍건희는 이날 2016년 6월 17일 LG전 이후 1465일 만에 세이브를 기록했다. 채은성과 정근우에게 안타를 허용했지만 라모스와 박용택을 뜬공으로 잡아냈고, 시속 147㎞의 빠른 공을 앞세워 홍창기를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두산의 2점차 승리를 안정적으로 지켜냈다.
이날 뿐만이 아니다. 홍건희는 지난 주말 두산이 LG와 가진 3연전 전승 과정에서 크게 기여했다. 19일 LG전(두산 18대 10 승)에서 홍건희는 2⅔이닝 2피안타 1실점(비자책)을 기록하며 시즌 첫 승리를 챙겼다. 팀이 15-8로 앞선 5회말 등판한 홍건희는 7회말 우익수 포구 실책으로 1실점했지만 삼진만 4개를 잡는 위력투로 흔들리던 두산 마운드에 안정감을 선사했다.
사실 지난 7일 두산과 KIA의 트레이드가 발표된 뒤 두산의 결정에 물음표가 찍혔던 게 사실이다. KIA로 향한 류지혁(26)이 내야의 만능 백업이자 팀 타선의 미래로 꼽혀왔기 때문이다. 반면 홍건희는 KIA에서의 성적이 좋지 못했다. 롱릴리프로 나선 올 시즌 10경기에서 평균자책점이 6.00에 달했고, 선발로 나섰던 지난해에도 21경기 2승 9패 평균자책점 7.16에 불과했다. 두산 팬들이 트레이드에 의구심을 갖기 충분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두산에 합류한 뒤 홍건희는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꿔내고 있다. 팀이 필요한 상황에 맞게 롱릴리프에 마무리 역할까지 무난히 소화하면서다. 선발 경험도 많아 언제든 대체 선발 자원으로도 투입될 수 있다. 올해도 우승에 도전하는 두산으로선 우승으로 가는 길에 꼭 필요한 퍼즐을 손에 넣은 상황이다. 반면 KIA에 합류한 류지혁은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면서 전력에 보탬이 되지 못하고 있다.
홍건희는 트레이드가 이뤄진 뒤 벌써 6경기에 나섰다. 9⅔이닝 9피안타 3실점(2자책) 평균자책점 1.86으로 반전에 성공했다. 올 시즌 전체 성적도 16경기 21⅔이닝 20피안타 11실점(10자책) 평균자책점 4.15로 좋아졌다. “팀에 조금씩 보탬이 되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는 홍건희가 비난 일색이었던 트레이드 평가를 올 시즌이 끝날 시점에 어떻게 극명하게 반전시킬지 기대되는 현재 흐름이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