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조절 못했다, 딸에게 미안” ‘지옥 학대’ 창녕 친모의 후회

입력 2020-06-22 14:04 수정 2020-06-22 14:07
창녕 아동학대 계부가 지난 15일 오전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받기 위해 경남 밀양경찰서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경남 창녕에서 9세 딸을 잔혹하게 학대한 계부(35)와 친모(28)가 검찰에 넘겨졌다. 친모는 경찰 조사에서 “딸에게 미안하다”며 혐의를 일부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남지방경찰청은 피해 아동 A양을 도구 등으로 학대한 혐의(아동학대 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상습 특수상해,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로 계부와 친모를 검찰에 송치했다고 22일 밝혔다.

경찰은 지난 19일 오전 9시30분쯤 친모가 행정입원 중인 병원을 찾아 8시간가량 조사를 마쳤다. 친모는 지난 12일 응급입원 후 정신적 고통을 호소해 경남 도내 한 병원에서 2주간 입원치료를 받았다. 경찰은 병원 주치의와 변호사 입회하에 조사를 진행했다.

친모는 이날 1차 조사에서 “딸이 평소 말을 잘 안 듣고 거짓말을 해 때렸다”며 폭행 사실을 일부 인정했다. 그러나 도구를 이용해 학대한 점 등은 부인했다. 비교적 차분하게 조사에 임한 친모는 “아이를 야단칠 때 감정조절을 못 했다. 아이와 구속된 남편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계부와 친모가 조사 과정에서 학대 사실을 일부 시인했고, A양의 신체피해와 의사진료 기록, 압수증거물 등을 토대로 아동학대 혐의가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이들 부부는 1월 거제에서 창녕으로 이사온 뒤 2월부터 A양과 사이가 나빠지면서 학대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

계부와 친모는 각각 A양의 손가락을 달군 프라이팬으로 지지거나 글루건을 발등에 쏘는 등의 끔찍한 학대를 저지른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A양을 쇠사슬에 묶어두기도 했다. ‘지옥’같은 곳에서 고통에 시달리던 A양은 지난달 29일 쇠사슬이 풀린 틈을 타 테라스 난간을 이용해 옆집으로 이동, 탈출에 성공했다.

A양은 이후 약 7시간 동안 빌라 물탱크실에 숨어있다가 해질녘쯤 밖으로 나왔다. 부모의 눈에 띌 것을 염려해서였다. 인근 논밭을 우회하면서 시내 쪽으로 나온 A양은 거리를 배회하다가 한 시민에게 발견됐다. 당시 A양은 온몸에 심한 상처를 입었고 잠옷 차림에 맨발 상태였다.

A양은 시민의 신고로 경찰에 구조돼 입원치료를 받다가 지난 11일 퇴원했다. 현재는 아동보호 쉼터에서 지내고 있다. A양의 의붓동생 3명도 지난 8일 법원으로부터 임시보호 명령이 내려져 다른 아동보호시설에서 머물고 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