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미끼로 사기도박 사이트 유인…26억원 가로챈 일당 검거

입력 2020-06-22 13:19

사기도박 사이트 운영하며 26억원에 달하는 돈을 뜯어낸 일당이 경찰에 검거됐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관련 뉴스 등 자극적인 가짜뉴스 문자메시지를 발송해 피해자들을 사기도박 사이트로 유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필리핀 사기도박 조직원 3명과 사이트 개발자 1명을 검거했다고 22일 밝혔다. 경찰은 전기통신기본법 위반과 사기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 피의자들은 2019년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가짜뉴스 문자메시지를 불특정 다수에게 약 63만회 발송해 사기도박 사이트 접속을 유도했다. 문자메시지에는 ‘코로나19 확진자 정보’ ‘대통령 피습’ ‘백두산 화산폭발’ 등 자극적인 가짜뉴스 제목을 달아 첨부된 링크를 클릭하도록 했다.

첨부된 링크를 클릭하면 제목과는 전혀 상관없는 재테크 관련 사이트로 연결되는데, 이 사이트에서 재테크 관련 상담을 해 주겠다며 카카오톡 1대 1 대화를 유도한 뒤 사기도박 사이트로 접속하게 하는 방식을 썼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당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여러 단계를 거쳐 사기도박 사이트로 접속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피의자들은 돈을 입금받은 뒤 막대한 수익을 내고 있는 것처럼 피해자들을 속였다. 피해자들이 수익금을 환급받으려 하면 환급수수료 등을 추가로 요구해 돈을 더 뜯어냈다. 이런 방식으로 사기를 당한 피해자는 62명으로 총 피해금액은 26억원에 달한다. 이 중에는 2주 만에 2억6000만원을 송금한 피해자도 있었다. 경찰은 이들이 개설한 사기도박 관련 사이트 167개를 삭제·차단 조치했다. 또 주거지 금고에 은닉한 현금 8000만원을 압수하고 범죄수익금 전액을 몰수하기 위해 자금 추적을 진행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수사당국의 집중단속과 코로나19 등 여파로 불법 도박사이트가 운영난에 시달리면서 수익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수수료 명목으로 추가 입금을 받아 편취하는 사기도박 사이트로 변질되는 경우가 많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