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프로테니스(ATP) 단식 세계랭킹 19위 그리고르 디미트로프(29·불가리아)가 노박 조코비치(33·세르비아)가 기획한 아드리아 투어 대회에 나섰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였다. 디미트로프가 수많은 유명 선수들, 팬들과 접촉해 집단 감염의 우려도 있다. 수천 명의 관중 입장을 허용하고 미디어 이벤트, 농구 게임, 심지어 심야 파티까지 연 조코비치와 투어 주최 측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AP통신은 22일 “디미트로프가 코로나19 양성 반응이 나와 아드리아 투어 2차 대회 결승전이 취소됐다”고 밝혔다. 디미트로프는 20일 크로아티아 자다르에서 열린 조별리그 보르나 코리치(24·크로아티아)와의 경기에 출전해 세트스코어 0대 2(1-4 1-4)로 패하며 페이스를 잃은 모습을 보였다. 이후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야간 경기에 불참한 디미트로프는 모나코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뒤 양성 판정을 받았다.
아드리아 투어는 ATP 투어 재개 전 ‘테니스 공백’ 상태를 해소하고자 조코비치가 기획해 만든 미니 투어다. 1차 대회가 지난주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치러진 뒤 2차 대회는 크로아티아 자다르에서 열렸다. 하지만 대회에 참가한 디미트로프의 코로나19 확진 판정으로 21일 예정됐던 결승 일정을 취소하는 악재를 맞았다.
메이저 대회 단식에서 세 차례 4강에 진출한 디미트로프는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제가 야기할 수 있는 어떠한 해악에 대해서도 사과한다”며 “최근 나와 가까이서 접촉한 분들은 코로나19 검사를 받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대회는 지난주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개막전부터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세르비아 정부의 규제 완화로 인해 수많은 관중 앞에서 치러졌기 때문이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심지어 조코비치와 디미트로프, 알렉산더 츠베레프(23·독일), 도미니크 팀(27·오스트리아) 등 여러 선수들이 클럽에서 함께 춤추며 포옹하고 악수하는 사진이 찍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조코비치는 비난이 잇따르자 유로스포츠 테니스 팟케스트에 나와 “‘왜 관중을 받는가, 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지 않는가’란 비판이 서구 국가들에서 많다는 걸 알고 있다”며 “하지만 미국·영국에 비해 세르비아나 동유럽 국가들의 (코로나19) 상황은 정말로 다르단 사실을 설명하기 어렵다. 아드리아 투어는 세르비아 정부가 설정한 규율을 지키고 있다”며 탐탁찮은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확진 선수가 발생하는 최악의 결과가 나오고 말았다. 디미트로프는 지난 주말까지 수많은 동료·팬들과 접촉해 추가 감염도 우려된다. 디미트로프는 자다르에서 수많은 군중이 모인 가운데 미디어 이벤트를 가졌고, 조코비치, 츠베레프, 마린 칠리치(32·크로아티아)와는 농구 경기 이벤트를 함께하기도 했다.
아드리아 투어 대회 조직위원회는 22일 소셜 미디어를 통해 “디미트로프와 10분 이상 가까이 있었던 사람은 14일 자가 격리를 하고 의사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공지했다.
이번 사태로 인해 오는 8월 31일부터 9월 13일까지 무관중으로 치러질 예정이었던 US오픈도 타격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각국의 여행 규제에도 유명 선수들에게서 촉발한 조그만 틈이 집단 감염으로 확산될 수 있어서다. 가디언에 따르면 디미트리프는 코로나19 초기에 미국에 있었고, 이후 불가리아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모나코 등 다양한 나라들로 이동했다. 팀의 경우에도 오스트리아와 프랑스를 거쳐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
팬들은 코트 안전 수칙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지 않은 데 대해 온라인 상에서 조코비치에 수많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