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화문(敦化門)은 창덕궁의 정문이자 돈화문로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왕의 길’이라고도 부르는 돈화문로는 조선시대에 왕이 궁을 나서 행차할때 백성을 직접 대면하던 길이었다. 종묘 행차, 별궁 행차 등을 비롯해 사신을 마중할때도 돈화문로를 지났다. 하지만 서민들은 돈화문로가 불편했다. 고관대작들이 지날때마다 엎드려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관대작들의 말을 피해 다닌 곳이 ‘피맛길’이다. 현재 창덕궁에서 종로3가에 이르는 피맛길은 조선시대 원형 그대로 보존된 유일한 골목길이다.
서울시는 피맛길 원형을 품고 있는 돈화문로 일대를 비롯해 총 6개 지역을 골목길을 따라 500m 내외 선 단위로 재생하는 ‘서울형 골목길 재생사업’ 추가 대상지로 선정했다고 22일 밝혔다. 서울형 골목길 재생사업은 도시재생활성화지역 등 일정 구역을 정해 ‘면’ 단위로 재생하는 기존 도시재생사업과 달리 ‘선’ 단위를 대상으로 하는 현장밀착형 소규모 방식의 재생 사업이다. 열악하고 낙후된 골목길을 지역의 정체성을 살려 일·삶·놀이가 어우러진 곳으로 재생한다. 각 대상지마다 3년간 마중물 사업비로 총 10억원이 각각 투입된다.
골목길 재생을 시작하는 6곳은 마포구 어울마당로 일대, 돈화문로 11가길(피맛길) 일대, 용산구 소월로 20길 일대, 성북구 장위로 15길·21나길 일대, 구로구 구로동로 2다길 일대, 동대문구 망우로 18다길 일대다. 홍대 걷고싶은거리와 인접한 마포구 어울마당로 일대는 1982년 당인리선 철도가 지났던 곳이지만 지금은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서울시는 역사적 흔적을 기반으로 철길을 테마로 한 거리를 조성해 이 일대를 홍대와 당인리 문화공간, 한강을 연계하는 문화거점 공간으로 재생한다.
특히 올해부터는 서울의 역사와 지역의 정체성이 담긴 골목길에 대한 보전·활성화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공모단계부터 사업유형을 전략사업형, 사업연계형, 일반형으로 세분화했다. 기존엔 유형 구분없이 대상지 선정 후 사업계획을 세워 재생하는 방식이었지만 이번엔 사전에 지역 특성을 깊이 연구한 상태에서 신청하기 때문에 재생효과가 훨씬 높아지고 사업추진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내년초까지 실행계획 수립을 완료하고 본격적인 골목길 재생사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올 하반기에도 자치구 공모를 통해 일반형 15곳을 선정할 계획이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