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10대 청소년과 K팝 팬들에게 ‘한 방 먹은’ 이유

입력 2020-06-22 06:47
연합뉴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개월 만에 재개한 유세에서 저조한 참석률로 굴욕을 당한 이유는 10대 청소년들과 K팝 팬들이 합작한 ‘노 쇼’ 시위 때문이라고 22일 보도했다. 세계 10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동영상 중심 눈 틱톡을 사용하는 미국 청소년들과 K팝 팬들이 수십만장에 달하는 표를 예약하고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는 게 매체의 설명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 재선캠프 브래드 파스케일 선거 대책본부장이 오클라호마주 털사에서 열린 유세장의 저조한 참석률은 입구에서 시위대가 지지자들의 입장을 막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 것과는 상반된다. 트럼프 캠프가 지난 11일 트위터에 털사 유세장 무료입장권을 휴대전화로 예약하라는 공지를 띄우자 K팝 팬들이 이 내용을 공유하며 신청을 독려했고 틱톡에서도 이와 유사한 내용의 동영상이 널리 퍼졌다.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글을 올린 뒤 하루, 이틀 뒤 게시물을 지웠다. 트럼프 캠프 측이 눈치 채 이를 저지했기 때문이다. 이후 유세 당일 밤 자신들의 ‘노 쇼’ 캠페인이 승리를 거뒀다고 트위터에 선언했다. 민주당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뉴욕) 하원의원은 트위터에 ‘급전적인 시위대가 참석을 방해했다’고 주장한 파스케일 트럼프 캠프 본부장에게 “사실 당신은 틱톡을 쓰는 10대들에게 한방 맞았다”고 답장을 보냈다.

아이오와주에 사는 메리 조 로프(51)는 틱톡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노예해방기념일 ‘준틴스데이'(6월19일)에 맞춰 유세를 진행한다는 소식에 좌절한 흑인 사용자들을 상대로 행동에 나서자고 독려했다. 유세는 결국 하루 미뤄졌다. 로프는 지난 11일 틱톡에 올린 영상에서 “1만9000석 규모의 강당이 겨우 꽉 차거나, 완전히 텅 빌 수 있도록 지금 가서 표를 예약하고 그(트럼프 대통령)가 무대 위에 혼자 서있도록 만들자”고 말했다.

다음날 아침 로프의 영상은 70만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았고, 조회 수는 200만회를 넘어섰다. 로프는 자신이 받은 피드백을 토대로 최소 1만7000장의 표가 예약됐다고 추정했다. 예상치 못한 뜨거운 반응에 놀랐다는 로프는 “이 나라에는 지금 당장 투표할 나이는 아니지만 정치 시스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믿으며 이 작은 ‘노 쇼’ 시위에 참여한 10대들이 있다”고 말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