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으로부터 주한미군 주둔 비용으로 50억 달러를 받지 못하면 미군을 철수하라고 위협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보고를 받은 뒤에는 “돈을 요구하기 좋은 타이밍”이라고 평가하며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현지시각으로 오는 23일 발간 예정인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 : 백악관 회고록’에서 방위비 분담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차례 미군 철수를 위협했다고 전했다.
회고록 주요 내용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아프가니스탄 문제 등에 관한 회의를 하던 중 한국에서 진행 중이던 한미연합훈련을 가리키면서 “그 워게임은 큰 실수”라며 “우리가 (한국의 미군기지 지원으로) 50억 달러 합의를 얻어내지 못한다면 거기에서 나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훈련이 모의 연습이고 자신도 훈련에 동의했음에도 불구하고 “난 정신병자와 평화를 이뤄내려고 노력 중”이라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언급한 뒤 이같이 말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적었다. 그가 언급한 ‘워게임’은 지난해 8월 진행된 한미 연합지휘소 훈련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한국에서 무역으로 380억 달러를 잃고 있다. 거기에서 나오자”라고 강조했고, 당시 한미 훈련에 대해서도 “이틀 안에 끝내라. 하루도 연장하지 말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볼턴 전 보좌관은 2019년 7월 방위비 분담금 문제 논의를 위해 한국과 일본을 방문했다. 이는 볼턴 전 보좌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요청해 상황파악을 위해 받아낸 것이다. 볼턴 전 보좌관은 처음 일본 방문 시 일본이 방위비 분담금으로 25억 달러를 내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80억 달러를 원했다고 한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만이 얼마면 만족할지 안다”며 “진짜 방위비 숫자가 무엇인지 추측하는 것은 소용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자신도 모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볼턴 전 보좌관이 워싱턴으로 돌아왔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분담금 증액을 얻기 위해 “미군 철수로 위협하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각각 “연 80억달러(일본)와 50억(한국)달러를 얻는 길은 모든 미군을 철수하겠다고 위헙하는 것”이라며 “그것이 당신을 협상에서 강력한 위치에 있게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특히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추가 보고를 받은 후 “이것은 돈을 요구하기에 좋은 타이밍”이라면서 “존(볼턴 전 보좌관)이 올해 10억 달러를 가져왔는데 미사일 때문에 50억 달러를 얻게 될 것”이라고 공공연히 말했다고 회고록에 적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저서에서 “한국(그리고 일본, 유럽 동맹들)과의 관계를 몹시 괴롭혔던 이슈 중 하나는 미군 기지를 유치한 나라들이 내야 할 비용 분담에 관한 문제”라며 “셀 수 없이 많은 논의 후에도 ‘우리가 한국을 지키기 위해 거기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은 흔들리지 않았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 주둔국들이 기지 비용에 ‘플러스 50%’를 더 내야 한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갖고 있었다고 소개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난 트럼프 대통령이 적당한 액수라고 판단하는 만큼 지불하지 않는 나라에서 미군을 철수하겠다는 그의 궁극적인 위협이 한국의 경우 진짜일 것을 두려워했다”며 “이를 저지하기 위한 전략을 세우려고 했다”고 밝혔다. 또 미군 주둔국에 대한 비용 분담에 대해 “그 액수와 방식은 다양했고 실제 비용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실질적인 합의는 없었다”면서 “미 국방부의 창의적인 회계 기술에 따라 거의 모든 비용 수치가 높든, 낮든 정당화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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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