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내용이 21일 일부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회고록에는 지난해 판문점에서 성사된 남북미 정상의 만남 뒷얘기, 미일 정상의 친밀한 관계 등 여러 일화가 담겼다.
이날 조선일보는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났던 방’에 한반도 관련 부분이 등장한다고 보도했다. 극적으로 이뤄졌던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 비화가 언급됐다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볼턴은 “미국 측이 문재인 대통령의 동행을 수차례 거절했지만, 문 대통령이 뜻을 굽히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지난해 6월 판문점 회동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깜짝 트윗’으로 성사됐다. 방한 예정이었던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김 위원장과 DMZ(비무장지대)에서 만나겠다”고 적었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에 응한 것이다. 볼턴은 이와 관련 “믹 멀베이니 비서실장 직무대행은 곧 성사될 것 같은 김정은과 트럼프의 만남에 끼어들려는 ‘문’의 시도를 상대해야 했다”고 회고했다.
문 대통령은 판문점 회동 당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동행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볼턴은 “트럼프는 문 대통령이 근처에 없기를 바랐지만, 문 대통령은 완강하게 참석하려고 했고 가능하면 3자 회담으로 만들려고 했다”고 말했다.
볼턴에 따르면 당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문 대통령의 생각을 전날 밤에 타진했지만 북한 측이 거절했다”고 전달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한국 땅에 들어섰을 때 내가 없으면 적절치 않게 보일 것”이라며 “김 위원장을 트럼프에게 넘겨준 뒤 떠나겠다”고 제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차례 거절 의사를 에둘러 밝혔지만, 문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남북미 정상은 판문점 자유의 집 앞에서 4분가량 환담을 나눴다.
볼턴은 회고록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각별한 관계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와 가장 가까워 전화도 자주 하고, 함께 골프치는 것도 좋아한다는 것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의 아버지가 가미카제(2차 세계대전 때 폭탄이 장착된 비행기를 몰고 자살 공격을 한 일본군 특공대) 조종사가 되려 했으나, 종전으로 작전에 참여하지 못한 사실을 언급하길 좋아했다고 한다.
볼턴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원래 아베 총리와 가장 가까웠지만 보리슨 존슨 영국 총리가 선출된 후 아베 총리와 비등비등한 수준으로 그와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반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평가는 매우 좋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한 볼턴 회고록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마크롱 대통령을 겨냥해 “손대는 것마다 망친다”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