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하의 기적’ 주역 라디, 코로나19로 사망

입력 2020-06-22 06:00
생전 라디의 모습. AFC 제공.

이른바 ‘도하의 기적’의 주인공인 이라크의 유명 축구선수 아흐메드 라디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망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21일 공식 웹사이트에서 과거 2003년부터 2년간 이라크 축구협회 회장을 지낸 라디가 이날 56세를 일기로 숨을 거뒀다고 발표했다.

라디는 1980년대와 90년대 초 아시아를 대표했던 스트라이커다. 1986년 1991년 이라크 슈퍼리그, 1994년 카타르 리그 시즌에서 득점왕에 오른 이력이 있다. 1988년 아랍 네이션스컵에서도 득점왕에 올랐다.

라디는 이라크 국가대표로 맹활약했다. 총 121경기에 출전해 62골을 넣어 이라크 국가대표 중 역대 2위 기록에 올라있다. 1986년에는 멕시코 월드컵에 출전해 이라크 국가대표로서 첫 득점을 기록했다. 이 골은 이라크가 월드컵에서 기록한 유일한 득점 기록이다. 1988년에는 아시아 올해의 축구선수로 선정되기도 했다.

라디는 2007년부터는 정치에 입문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라디는 코로나19 검체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인 뒤 지난 13일 입원했다. 18일 퇴원할 당시만 해도 회복세에 접어들었지만 이후 상태가 급격하게 나빠졌다.

라디와 한국과의 인연은 1994년 월드컵을 앞두고 벌어진 ‘도하의 기적’이다. 이라크 국가대표였던 라디는 월드컵을 앞두고 1993년 10월 28일 알아흐리 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일본을 상대로 0대1로 뒤지고 있던 후반 10분에 동점골을 넣었다.

한국은 같은 시각 북한을 상대로 3대 0으로 앞선 상태였다. 한국은 북한에게 2점차 이상으로 이기고 사우디아라비아 혹은 일본이 무승부를 기록해야 본선 진출이 가능했다.

이후 일본은 다시 골을 넣어 1대 2로 앞서나갔다. 그러나 후반 10초를 남겨두고 다시 이라크의 자파르 옴만 살만에 헤딩 동점골을 허용했다. 이 경기 무승부로 지역예선 탈락 위기였던 한국은 일본 대신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조 2위 자리를 확보, 본선행 티켓을 따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