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3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의 조속한 처리를 국회에 당부한 21일에도 여야는 원 구성에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렸다. 일주일째 잠행 중인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번주 중 국회에 복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법제사법위원장 선출 철회 등 양보가 없다면 모든 상임위원장을 민주당에 맡기겠다는 입장이어서 여야 협상에 여전히 진통이 예상된다.
전국 각지의 사찰을 돌고 있는 주 원내대표가 이번주 내에 국회에 복귀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법사위원장을 통합당을 넘겨주지 않는다면 18개 상임위원장을 민주당에 모두 주는 방안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상임위원장을 모두 넘기면서 책임까지 전부 지우겠다는 것이다. 대북 위기 상황에서 상임위 보이콧을 계속 하기는 어렵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내 인사들이 직접 주 원내대표를 찾아 복귀를 설득한 것도 주 원내대표의 결단을 앞당긴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일에는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송언석 비서실장,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 박덕흠 의원 등이 충북 보은군의 속리산 법주사에 머물고 있는 주 원내대표를 직접 찾아갔다.
이어 하영제 박형수 의원 등 통합당 초선 의원들도 이날 주 원내대표를 찾아 복귀를 요청했다. 초선 의원들 역시 법사위원장 없이는 모든 상임위원장을 민주당에 내줘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하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주 원내대표에게 조기 복귀하는 게 좋겠다고 말씀드렸더니 ‘깊이 고려해보겠다’고 대답했다”며 “민주당 주도의 원 구성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와 별개로 통합당 원내대표로서 국회에 돌아와야 한다는 초선 의원들의 생각을 전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주말 내내 공식일정 없이 대응책을 고심했다. 김성원 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와 실무 협상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는 김영진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도 이날 “아직 김 수석부대표와 논의를 나누지 못했다. 노력 중이다”고 전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 등은 22일 예정된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관련해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주 원내대표의 국회 복귀로 일단은 협상이 재개될 것으로 보이지만 타협점을 찾기는 난망하다. 민주당은 법사위원장 철회는 고려 대상이 아니라며 확고하게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맡게 되는 것 또한 무한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어서 민주당으로서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해찬 당대표도 상임위원장 독식은 일방적으로 비춰질 수 있다며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민주당은 이번주까지 주 원내대표가 국회에 돌아오지 않을 경우 추경과 남북문제 등 시급한 현안이 있는 상임위원회인 예결위·정보위 위원장만 우선 선출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었다. 박병석 국회의장도 협상에 진전이 없다면 이 같은 처리 방향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장은 주 원내대표가 복귀하는대로 의장 주재 회동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이가현 심희정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