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 유소연 “엄마 놀라지 말아요, 기부할게요”

입력 2020-06-22 06:00
유소연이 21일 인천 서구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 시상식장에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34회 한국여자오픈 우승 트로피에 입맞춤하고 있다. 한국여자오픈 조직위원회 제공

“시상식을 앞두고 어머니와 전화 통화를 했습니다. 우승 상금을 전액을 기부하겠다고 발표할 것이니 놀라지 말라고 말씀을 드렸어요. 어머니도 흔쾌하게 동의했습니다.”

유소연(30)이 프로 13년 차에 처음으로 손에 쥔 한국여자오픈 우승 상금 2억5000만원을 쾌척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에서 남녀를 통틀어 세계 프로골프 가운데 가장 빠르게 재개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것만으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그렇게 상금 전액을 코로나19 극복 기금으로 내놓았다.

유소연은 21일 인천 서구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파72·6929야드)에서 2020시즌 KLPGA 투어 두 번째 메이저 대회로 열린 제34회 한국여자오픈을 최종 합계 12언더파 우승으로 마친 뒤 클럽하우스 내 미디어센터를 방문해 “우승 욕심보다 ‘할 일만 잘하고 돌아가겠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다. 결국 좋은 경기를 펼쳐 기분이 좋다”며 “어젯밤에 많이 기도했다. 상금 전액을 기부하겠다고 기도했다. 결국 상금을 기부하게 돼 의미 있는 대회로 남게 됐다”고 말했다.

유소연은 3라운드를 끝낸 지난 20일 밤에 기부를 결심했다고 한다. 그는 “기부를 놓고 상의한 것은 아니다. 오랜 만에 출전한 대회고, 우승 도전도 오랜 만이었다. 목표를 가져야 겠다고 생각했다. ‘좋은 일’을 목표로 삼았다”며 “현재 진행되는 KLPGA 투어는 선수들에게 보너스와 같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 대유행에서) 대회를 개최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고 있다. 기부금을 코로나19 관련 기금으로 사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유소연은 2009년 중국, 2011년 미국, 2014년 캐나다, 2018년 일본에서 차례로 여자오픈을 정복한 뒤 올해 한국에서 통산 5번째 ‘내셔널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유소연에게 한국여자오픈은 2008년 KLPGA 투어에서 데뷔한 뒤 프로 13년차에 이를 때까지 세계를 무대로 펼쳐온 ‘여자오픈 도장깨기’에서 미완으로 남은 과제와 같았다.

특히 데뷔 시즌의 이 대회 준우승을 지난 12년간 잊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게 ‘4전 5기’로 한국여자오픈 트로피를 손에 넣었다. 또 2015년 8월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 이후 4년10개월 만에 KLPGA 투어 통산 10승을 달성했다.

유소연은 “지금까지 가장 아쉬운 마음을 남긴 대회가 2008년 한국여자오픈이다. 마음 한쪽에 ‘그때 우승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가지고 살아 왔다. 이번 우승으로 그 마음을 추억으로 바꿨다. 이날 우승의 의미는 그래서 크다”며 “사람은 많은 욕심을 가진 것 같다. 영국에서 브리티시오픈을 우승하고 싶다”고 지목했다.

위민스브리티시오픈은 미국(LPGA)·유럽(LET) 여자프로골프 투어의 시즌 중 마지막으로 열리는 메이저 대회다. 골프 종주국 영국의 ‘여자오픈 타이틀’이 걸려 있다. ‘내셔널 타이틀 사냥꾼’ 유소연이 목표로 삼아 부족하지 않은 대회다.

유소연은 1990년 6월 29일생이다. 8일이 지나면 유소연은 만 30세 생일을 맞이하게 된다. 결국 이번 우승은 유소연 스스로에게도 큰 선물이 됐다.

유소연은 “2019시즌을 조금 어렵게 보냈다. 2020시즌이 되면서 집착을 버렸다. 골프를 잘하겠다는 생각보다 잘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체력을 키우고 취미를 찾아 새로운 시각으로 골프를 보기 위해 노력했다. 그 덕에 우승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한다”며 “올해 생일은 만 30세여서 특별하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사람을 모으는 건 부담스러워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가족과 좋은 시간을 보내겠다”고 말했다.

인천=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