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9시 서울 강남제일교회(문성모 목사) 1부 예배에 참석한 성도들의 오른손에는 태극기가 하나씩 들려 있었다. 마찬가지로 태극기를 든 문성모 목사는 한옥의 창살 문양으로 된 십자가 앞에서 한옥을 변형한 가운을 입고 뒤주 모양의 강대상 앞에 섰다. 이들은 가만히 태극기를 고정한 채 애국가를 1절부터 4절까지 제창했다. 앞서 나기영 장로의 선창으로 다 같이 만세삼창을 외친 후였다.
강남제일교회는 오는 25일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그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는 기념 예배를 드렸다. 1부 예배에는 90여명의 성도들이 교회에서 미리 준비한 태극기와 자료집을 들고 참석했고, 온라인으로도 실시간 예배가 진행됐다. 문 목사가 정리한 자료집에는 예배 자료와 6·25전쟁과 관련한 역사적 사실, 그리고 당시 순교한 기독교인의 명단이 담겼다.
예배는 범죄와 심판, 구원과 감사, 참여와 자복, 결단과 축복 등 네 가지 주제로 나누어 각각에 맞는 성경과 기도 찬송을 함께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육이오의 노래’와 함께 나오는 6·25전쟁 당시 사진과 영상을 보며 그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문 목사는 ‘오직 정의를 물같이’를 주제로 설교했다. 그는 “우리 민족끼리 서로의 가슴에 총을 들이댔던 처참했던 비극의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며 “오늘날 이 사회의 모습이나 교회의 형편이 70년 전과 다르지 않음을 안타깝게 생각하며, 교회만이라도 먼저 회개하고 은혜에 보답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배에 참석한 김순규(70) 장로는 ”6·25전쟁이 발발한 1950년생이라서 그 의미를 되새기며 기념 예배를 드리는 마음이 더 감격스러웠다“며 ”6·25전쟁 당시 하나님이 우리를 지켜주신 것에 감사하면서 더 각성해서 신앙생활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예배학자이기도 한 문 목사는 강남제일교회에 부임한 5년 전부터 매년 3·1절 6·25전쟁 광복절 등 한국의 역사적 기념일마다 기념 예배를 드려왔다. 지난해에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전국 교회를 대상으로 예배 방법과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올해도 세미나를 준비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의 여파로 진행이 어렵게 되자 자료집과 예배 시연 영상을 제작해 다른 교회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문 목사는 “그 나라의 문화를 담아 예배를 드릴 때 민족적인 종교가 될 수 있다”며 “서양이 서양력에 따라 예배를 드리는 것처럼, 한국 교회도 한국력에 따라 중요한 사건들을 기념해 예배드리며 우리 고유의 문화를 만들어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