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무패우승의 역사에 빛나는 ‘거너스’ 아스널이 위기에 빠졌다. 리그 재개와 함께 주전 골키퍼의 부상과 수비진 붕괴 등 대형 악재에 직면했을 뿐 아니라 한 수 아래로 평가받는 상대와의 경기에서 치명적인 패배로 팀 분위기까지 가라앉았다.
아스널은 20일(현지시간) 아메리칸익스프레스커뮤니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EPL 30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추가시간 터진 상대의 결승골로 홈팀 브라이턴호브앨비언에 2대 1 패했다. 이번 경기로 아스널의 순위는 8·9위 토트넘 홋스퍼와 크리스탈 팰리스에 승점 2점 뒤진 10위가 됐다.
아스널로서는 억울한 점이 많은 경기였다. 상대가 대놓고 반칙에 가까운 거친 플레이를 펼쳤지만 심판이 이를 제대로 제지하지 않았다. 전반 35분 베른트 레노 골키퍼가 브라이턴 공격수 닐 무파이의 차징으로 착지 시 무릎이 꺾이는 큰 부상을 입어 실려나갔지만 무파이는 카드 한 장 받지 않았다.
이후에도 브라이턴은 이브 비수마 등이 중원에서 고의적인 반칙 상황을 수차례 만들었다. 그러나 이날 나온 카드는 양 팀을 합해 3장에 불과했다. 아스널 선수진은 상대의 도발에 동요해 플레이에 집중하지 못했다. 결국 후반 추가시간 무파이에게 결승골을 허용하며 무너진 뒤 아스널 선수단은 상대 선수들과 몸싸움을 벌이며 억울함을 드러냈다.
앞으로의 문제는 맞설 상대보다도 선수단 내부다. 본래 칼럼 체임버스를 제외하면 부상으로 쓰러졌던 수비 자원 대부분이 시즌 재개와 함께 복귀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오히려 새 부상자가 추가됐다.
임대 영입한 스페인 수비수 파블로 마리는 지난 라운드 맨체스터 시티 전에서 발목 부상으로 드러누웠다. 중원 수비의 핵심 그라니트 자카 역시 부상으로 나가떨어졌다. 여기에 레노 골키퍼까지 이번 경기에서 부상 당하면서 순식간에 1군 선수단 4분의 1이 날아간 셈이 됐다. 기존 부상자인 루카스 토레이라와 소크라티스 등도 복귀에 최소 2주가 걸릴 전망이다.
부진이 이어진다면 유럽무대 진출도 위험하다.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진출 순위인 7위에 위치한 셰필드 유나이티드는 이날 기준 아스널보다 1경기 덜 치른 상황에서 승점 4점 앞서고 있다. 경쟁팀인 지역 라이벌 토트넘은 전력이 완전체에 가깝게 돌아왔다. 아스널의 다음 경기 상대가 중위권 사우스햄턴과 꼴찌 노리치 시티인 게 그나마 다행이지만 이후부터는 일정이 험난하다.
만일 아스널이 유로파리그 진출에 실패한다면 이는 1994-1995시즌 이후 25년만의 유럽무대 진출 실패다. 이 시즌 아스널은 리그 순위 12위에 그쳤다. 이전 시즌까지 팀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조지 그레이엄 감독은 이 부진으로 해당 시즌 도중 경질됐다. EPL 출범 이후 역사를 통틀어도 아스널이 유럽무대 진출에 실패한 건 1992-1993시즌까지 합해 2차례에 불과하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