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증상자, 확진자의 10배 이상…코로나19 종식시킬 수 없어”

입력 2020-06-21 16:49
오명돈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4월 29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열린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기자회견에서 자료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무증상 감염자가 현재 파악된 환자의 10배 이상 규모가 될 것이라는 전문가 예측이 나왔다.

오명돈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중앙임상위) 위원장은 21일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코로나19는 일상 대화 속에서도 쉽게 전파하므로 자기도 모른 채 감염된 사람이 상당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무증상 감염자가 얼마나 많은지 파악하는 방법이 항체 양성률 조사(항체검사)”라며 “해외 사례를 종합하면 무증상 감염자는 현재 파악된 환자의 10배 규모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중앙임상위에 따르면 스페인 정부가 4월 말 6만명을 대상으로 무작위 검사를 실시한 결과 4500만 인구 중 225만명(5%)에게서 항체가 발견됐다. 스페인 4500만 인구 중 약 225만명이 감염됐다는 뜻인데, 정부가 파악한 환자 수인 23만명보다 10배 많은 수준이다.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경우 항체 양성률이 47%에 달했고, 독일 간겔트 지역은 15%, 중국 우한은 10%였다.

오 위원장은 “무증상 감염자가 10배 이상 많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바이러스를 확산할 수 있고, 따라서 ‘깜깜이 감염’ ‘n차 감염’이 너무나 당연하다”며 “조기진단과 접촉자 추적, 격리와 같은 현재 방역대책으로는 확산을 완전히 잡을 수 없다”고 진단했다.

또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방역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처럼 단기간에 끝낼 수 있는 감염병이 아니다”라며 “최종목표는 종식이 아니라 인명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돼야 한다.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의료 지원 중심의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를 종식시킬 수 없는 이유로는 ▲면역 보유 인구 전무 ▲무증상 감염자 상당수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전파 등 3가지 이유를 들었다.

오 위원장은 “무증상 감염자와 유증상자의 바이러스 배출량과 기간을 비교하면 거의 동일하다”면서 “증상자 중심으로 한명 한명을 쫓아가는 현재 방역수단으로는 확산을 막지 못한다”고 했다. 아울러 “메르스와 코로나19의 근본적인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똑같이 대응하면서 똑같은 목표를 원하는 듯하다”며 다른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소위 ‘슈퍼전파’가 이뤄진 후 젊은 경증환자까지 모두 입원시켰다가 정작 고령 중증환자를 위한 병상이 부족했던 사례를 지적하며 “코로나19 특성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던 시기 메르스 방역 매뉴얼에 따라 대응했다가 큰 혼란을 겪었던 대구·경북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