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의류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어려운 가운데 대기업에서도 무급휴직·명예퇴직·임금반납 사례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본격적인 구조조정 신호탄이라는 해석과 현 상황을 버티기 위한 임시방편이라는 진단이 교차된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다음달부터 롯데마트 일부 직원들이 연말까지 20~30일씩 무급휴직에 들어간다. 최근 전직원을 대상으로 무급휴직 희망을 신청받았다. 무급 휴직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롯데마트가 무급휴직을 도입한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홈플러스는 지난 17일 부문장 이상 임원의 3개월 급여 20%씩을 반납하기로했다. 임일순 홈플러스 사장은 “고통 분담 차원에서 임원 임금 자진 반납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면세점 업계는 이미 무급휴직과 고용유지지원금을 적용 받는 유급휴직을 병행하고 있다. 신라면세점, 롯데면세점, 신세계면세점 등이 비슷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호텔업계에는 명예퇴직 찬바람마저 불고 있다. 상당수 호텔에서는 이미 무급휴직 또는 고용유지지원금을 받는 유급휴직이 진행 중이다. 롯데호텔은 명예퇴직을 포함하는 내용으로 임금피크제도를 개선해 최근 내부 공지로 올렸다.
롯데호텔의 바뀐 임금피크제도는 만 58세 이상 롯데호텔 직원은 통상임금 100% 지급, 하프 임금제도(주 20시간 근무·통상임금 50% 지급), 명예퇴직 가운데 하나를 택하도록 돼 있다. 롯데호텔에 명예퇴직 제도가 시행된 것은 2004년 이후 처음인데, 올해만 한시 적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업계에서는 구조조정보다는 숙련된 필수 인력의 고용을 이어가는 게 장기적으로 유리한 상황이다. 하지지만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고용 불안 또한 짙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의류업계 상황도 계속 좋지 않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임원들이 임금의 10~15%를 반납하고 전직원 근무 체계를 주5일제에서 주4일제로 바꾸기로 했다. 주4일제 전환에 따라 임금도 일부 삭감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빈폴스포츠와 빈폴액세서리 오프라인 사업을 철수하고, 빈폴액세서리는 온라인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 4~5월 신성통상 등 굵직한 중견 기업들이 코로나19로 수출이 막히고 내수가 돌지 않으며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코로나19 상황이 길어지면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전망은 코로나19 초기부터 이어져 왔다. 국내외에서 당장 코로나19 유행이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내수 침체도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면서 무급휴직·명예퇴직 등으로 이어지는 구조조정은 하반기엔 본격화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유통이나 패션 업계의 오프라인 매장이나 점포 철수는 코로나19가 아니었어도 조만간 이뤄질 일이었다. 다만 코로나19로 시기가 당겨지고 속도가 빨라진 것”이라며 “문제는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두운 전망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관련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장기적인 불황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구조조정만 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며 “다른 방식으로 효율화를 찾는 것도 개별 기업 상황에 따라 가능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