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1주기를 맞이한 중국 톈안먼(天安門) 사태의 생존자가 만화 회고록을 출간했다.
미국 CNN방송은 21일(현지시간) 톈안먼 사건 목격자로 프랑스 파리에 거주하고 있는 체지폰토이즈대학 룬 장 교수를 인터뷰하며 이와 같이 보도했다.
이번에 출간된 책 ‘1989년 톈안먼: 우리의 산산조각난 희망’(Tiananmen 1989: Our Shattered Hopes)은 장 교수의 증언을 기자인 아드리안 곰보가 기록한 뒤 재현한 삽화를 곁들이는 형식으로 구성됐다. 톈안먼 사태 때 사회교사였던 장 교수의 증언을 바탕으로 1인칭 관점에서 전개된다.
책의 주석에서 장 교수는 “직접 목격한 역사적 순간을 그린 책”이며 “30년 전 이 사건으로 중국은 많은 것이 변했고, 이를 이해해야만 오늘날 중국을 이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31주기를 맞이하는 톈안먼 사태는 1989년 6월 4일 벌어졌다. 당시 수많은 중국 시민과 학생들은 텐안먼 광장에서 민주화 시위를 벌였고 중국 공산당은 탱크와 군대를 출동시켜 시위대를 진압했다. 당시 군의 사격으로 최소 수천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책에는 1980년대 중국 최고 지도자인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을 추진하던 당시 분위기가 담겼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문화대혁명으로 금지된 지식, 예술이 빠르게 유입됐었다. 베이징의 청년이었던 장 교수는 “바깥 세상을 읽고, 배우고, 탐험하려는 중국인들의 갈증은 끝이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유를 향한 열망은 오직 경제 분야에서만 허용됐다. CNN은 “중국 공산당의 정치적 통제는 여전히 강력했다”고 평가했었다. 게다가 덩샤오핑은 “부자됨은 영광”이라는 선전문을 내세웠지만 국내적으로 부패가 심해져 사회 양극화가 커졌다. 전국 각지에서 수십만 명의 시위대들이 부정부패 척결과 정치개혁, 국가 검열 종식 등을 요구했다.
민주화 시위대는 수개월 동안 텐안먼 광장을 점거하고 공산당 최고위층 인사들과 협상을 벌였다. 많은 사람들은 일당 독재 국가가 마침내 변화할 것이라는 희망을 품었다. 시위대는 광장을 점거하고 노래하고 춤을 췄다. 하지만 공산당은 탱크를 파견했고 군은 시위대를 향해 발포했다.
이후 당국은 시위대의 유명인사와 지도자들을 검거했고, 장 교수는 베이징을 탈출했다. 시골로 도망친 그는 영국 활동가들의 도움으로 홍콩을 거쳐 프랑스로 이주했다.
장 교수는 “당시 대학생들은 중국의 평화적 개혁을 위해 당국에 협조하기로 했다”면서 “이 사실은 기존 기록물에서 누락됐다”고 비판했다. 광장에서 대규모 평화 단식농성이 일어난 것이 그 증거라는 설명이다.
한편 CNN에 따르면 장 교수는 생존자임을 부끄러워하며 회고록을 남기기를 거부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쳤으며 직장을 잃었다”면서 “진짜 영웅은 베이징과 다른 도시의 평범한 학생과 사람들이지, 내가 한 일은 말할 가치가 없다”면서 회고록 작성을 거절했다.
텐안먼 사태 30주기를 맞이한 지난해 출판사는 기록의 의무를 강조하며 장 교수를 거듭 설득했다. 결국 장 교수는 제안에 응했고 “기억 없이는 정의도 없다”는 말을 남겼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