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재판부, ‘조서 사전열람’에 주의… 법조계 “제도 보완 필요”

입력 2020-06-21 16:33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재판을 계기로 증인이 검사실에서 자신의 진술조서를 열람한 뒤 법정에 출석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재판부는 최근 공판에서 “이런 것은 처음 봤다” “진술 회유처럼 보일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증인들이 미리 조서를 열람·등사(복사) 신청하는 걸 막을 순 없지만, 검찰의 증언 회유 가능성을 없애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지역 한 고위 법관은 2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증인이 검사실에서 미리 조서를 보고 왔다는 건 처음 듣는다”며 “현재 시점에서 기억나는 걸 밝힌다는 법정 증언의 본래 취지와 안 맞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이 기억을 되살리라는 좋은 의도로 했을 수 있지만, 만에 하나 회유할 가능성이 있어 적절치는 않다”고 했다.

조 전 장관 사건을 심리 중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의 재판장 김미리 부장판사는 지난 5일 공판에서 “증인들이 법정에 나오기 전에 검찰에 가서 조서를 확인해도 되는거냐”고 따졌다. 이인걸 전 청와대 특감반장이 법정에 나오기 전 검사실에서 진술조서를 열람했다는 말을 듣고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김 부장판사는 검사실에서 조서 열람하는 과정에서 증인을 회유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검찰은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으로는 ‘검사가 신청한 증인을 상대로 적절한 신문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필요한 준비를 할 수 있다’는 검찰사건사무규칙 등을 근거로 든다. 검찰은 “(검찰이) 유리한 증언을 얻기 위해 증인 회유하는 건 절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공소유지를 맡은 이정섭 부장검사는 “(재판장이) 처음 들었다는 말에 더 놀랐다”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증인이 검사실에서 미리 조서를 열람하는 것을 두고 개선이 필요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그간에는 검찰 조서와 법정 증언이 일치하면 증인 진술의 신빙성을 높이는 근거가 됐지만, 조 전 장관 재판을 계기로 증인이 검사실에서 사전 열람을 한 경우 판단을 달리하게 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형사사건을 주로 하는 한 변호사는 “검사실을 제외하고 CCTV가 설치된 제3의 장소에서 조서 열람을 하도록 못 박거나, 증인 출석 전에 조서를 열람한 경우 검찰이 법원에 알리는 등의 보완 조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재판부가 검찰의 주의를 촉구하는 차원에서 이인걸 전 특감반장 등의 증언 신빙성을 인정하지 않는 선례를 남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