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원양어선 노예’ 현직세관 공무원 부부 피소

입력 2020-06-21 16:32
사단법인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이하 연구소, 이사장 김성재)는 발달장애가 있는 A씨(51)가 원양어선에서 일하며 번 돈을 편취한 혐의 등으로 부산지검 서부지청에서 수사가 진행중인 현직 세관 공무원 B씨와 B씨의 배우자 C씨에 대해 장애인복지법 위반 및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으로 같은 곳에 고소·고발장을 제출했다고 21일 밝혔다.

연구소는 이 사건이 원양어선 선원생활을 하던 A씨가 지난 2003년 9월쯤 노래방을 이용하다 만난 노래방 업주 C씨를 만난 일로부터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C씨는 “잃어버린 동생 같으니 가족같이 지내자”며 A씨에게 접근해 “월급과 정산금을 ‘관리해 주겠다”고 속여 예금통장과 신분증, 인감 등을 넘겨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B씨 등은 A씨의 계좌에서 A씨의 돈을 인출해 임의로 사용하거나 B씨 계좌로 이체하는 등 가로챘고 그 밖에도 A씨 명의로 다수의 보험에 가입해 보험 수익자를 C씨로 변경하는 등의 방식으로 총 10억1861만5470원의 금전적 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연구소에 따르면 B씨 등은 장애가 있고 이렇다 할 연고가 없는 A씨에게 지속적으로 “우리는 너의 가족이다”고 하면서 조업을 마치고 육지로 돌아온 A씨를 B씨 등이 정해준 여관에만 머무르게 하며 모든 생활을 지배·관리했다는 것이다.

이 부부는 A씨에게 힘든 원양어선 노동을 지속적으로 강요하면서도 최소한의 생활비도 지급하지 않아 몸이 아프고 휴식이 필요함에도 일용직 노동을 전전하도록 했으며, 갖은 폭언과 폭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A씨는 법무법인 화우의 도움으로 지난해 6월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 특정경제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사기), 사기죄, 사문서 위조죄, 위조사문서행사죄,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으로 고소장을 제출했고, 사건이 이송된 부산지검 서부지청(장형수 검사)은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불기소 처분을 내렸지만, 이후 A씨의 항고가 인용돼 현재 재수사가 진행 중에 있다.

연구소는 이 사건이 피의사실로 적시된 혐의 이외에도 장애인에 대한 전형적인 ‘현대판 노예사건’으로 판단하고 적용법규를 달리해 장애인복지법 위반과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으로 추가 고소·고발장을 제출했다. 대리인으로는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염형국·조미연 변호사와 화우공익재단의 홍유진 변호사가 참여했다.

연구소 관계자는 “이 사건은 발달장애인을 ‘돌봐주겠다’고 접근해 자유를 제약하고 금전적 이득을 취하면서도 정작 장애인을 학대하는 장애인 학대사건의 한 전형을 보여준다”며 “피해자는 현재도 배신감과 잃어버린 세월들에 대한 분노, 악화된 건강과 가해자들에 대한 두려움으로 매우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