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우리 정부의 자제 요구를 일축하며 대남전단 살포를 강행하겠다고 재차 예고했다. 우리 측이 먼저 대북전단을 날려 보냈으니 똑같은 방식으로 보복하겠다는 것이다. 전단 살포 과정에서 남북 간 우발적 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 대변인은 21일 담화문에서 “삐라(전단) 살포가 북남(남북) 합의에 대한 위반이라는 것을 몰라서도 아닐뿐더러 이미 다 깨져 나간 북남 관계를 놓고 우리의 계획을 고려하거나 변경할 의사는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기회에 남조선 당국자들이 늘상 입에 달고 사는 역지사지 입장에서 똑같이 한번 제대로 당해봐야 우리가 느끼는 혐오감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그것이 얼마나 기분 더러운 것인지 똑똑히 알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북한은 지난 20일 모든 주민들이 볼 수 있는 노동신문을 통해 전국 각지에서 전단 살포를 위한 준비가 “맹렬히 추진되고 있다”고 대대적으로 소개했다. 특히 북한은 문재인 대통령 얼굴과 문 대통령을 비난하는 문구가 담긴 전단에 담배꽁초 여러 개를 던져놓은 사진도 공개하며 주민들의 대남 적개심을 부추겼다. 통일부는 즉각 북한의 행위가 “남북 간 합의에 대한 명백한 위배”라며 전단 살포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북한이 전단을 살포하고 우리가 이에 대응하는 과정에선 우발적인 물리적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지난 17일 발표에서 전단 살포에 유리한 지역을 개방하고 주민들의 전단 살포 행위를 군이 철저히 보장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경계가 명확한 군사분계선(MDL)보다는 북방한계선(NLL)에서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북한이 자신들이 주장하는 경비계선까지 내려와 전단을 뿌릴 경우를 우리 군이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전단을 싣고 MDL로 날아오는 풍선을 우리 군이 쏠 경우 북한이 ‘우리를 조준 사격했다’고 문제 삼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