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층 결집’ 기대 못 미친 트럼프 선거 유세

입력 2020-06-21 16:15 수정 2020-06-21 16:18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오클라호마주 털사의 BOK센터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뒤로 비어 있는 2층 좌석이 보인다. 유세 참가자 대부분은 마스크를 쓰지 않은 모습이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석달여 만에 재개한 대선 유세에서 주독 미군 감축 문제를 또다시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방위비 협상을 벌이고 있는 한국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수많은 나라가 우리를 벗겨먹고 있다. 계속 벗겨먹게 둘 수 없다”며 동맹국에 대한 불만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클라호마주 털사의 BOK센터에서 열린 유세에서 “나는 주독 미군을 5만명에서 2만5000명으로 줄이자고 했다. 왜냐하면 그들은 내야할 돈을 내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독일의 지난해 방위비 지출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1.36%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 약속인 2%에 못 미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미국의 동맹국이 그동안 적절한 방위비를 부담하지 않았고, 자신이 이를 바로잡고 있다는 주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유세 때마다 하는 단골 레퍼토리다. 다만 미국으로부터 분담금 대폭 인상 요구를 받고있는 한국 정부로선 미국이 독일의 경우처럼 주한미군 감축을 압박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안 할 수 없는 상황이다.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선거 유세가 열린 오클라호마주 털사의 BOK센터 모습. 최대 2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행사장의 2층 좌석이 많이 비어 있다. EPA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코로나19 상황을 언급하며 황당한 발언도 했다. 그는 “코로나19 검사는 양날의 칼”이라며 “미국은 지금까지 다른 어떤 나라보다 많은 2500만명 이상을 검사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격앙된 목소리로 “검사를 확대할수록 더 많은 환자가 나온다. 그래서 나는 내 사람들에게 검사 속도를 늦추라고 말했다”고 외쳤다.

트럼프 대통령 주장대로 미국의 코로나19 검사 건수는 2797만건(월드오미터 집계)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다. 그러나 인구 100만명당 검사 수(8만4000여건)로는 코로나19 확산 상위 10개국 중 러시아(11만4000여건), 영국(11만3000여건), 스페인(10만3000여건)에 못 미친다. 미국에선 지금까지 233만명 이상이 코로나19에 감염돼 12만명 이상이 숨졌다. 누적 확진자와 사망자 수 모두 세계 1위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 관료는 연설 직후 CNN방송에 “대통령은 분명히 농담한 것”이라고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CNN은 “보건 전문가들이 진단검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충격적”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에선 이번 행사로 코로나19가 더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과 오는 11월 대선에서 맞붙을 민주당의 조 바이든 후보 선거 캠프에선 대통령의 이 발언을 선거 광고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바이든 선거 캠프를 이끌고 있는 세드릭 리치몬드 하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매일 밖에 나와 횡설수설하며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20일(현지시간) 오클라호마주 털사의 BOK센터에서 열린 유세에 참석해 트럼프 대통령을 연호하고 있다. 미 언론들은 참가자 대부분이 마스크를 쓰지 않아 코로나19 확산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를 중국 무술인 쿵푸에 빗대 ‘쿵 플루’라고 부르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 중국 책임론을 상기시키고 지지자들의 반중 정서를 자극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동안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로 불러 인종차별적 혐오 발언이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19개 다른 버전의 이름으로 부를 수 있다”고 중국을 겨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선거 유세가 열린 오클라호마주 털사의 BOK센터 인근에서 20일(현지시간)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 유세 집회에 예상보다 적은 인파가 몰렸다고 전했다. 트럼프 선거 캠프 측은 당초 100만명 이상이 참가 등록을 신청했다고 밝혔지만 유세 현장인 BOK센터 행사장에는 빈자리가 많이 보였다. 2층 좌석은 대부분 비어 있었다. 이 행사장은 최대 2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장내에 이어 야외에서도 한 차례 더 연설할 예정이었지만 참가 인원이 적어 취소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은 비어있는 관중석을 향해 언론과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를 비난하고 코로나19 검사 수를 줄일 것을 언급했다”고 지적했다.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선거 유세가 열린 오클라호마주 털사의 BOK센터 인근에 경찰들이 서 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선거 캠프 측은 행사장 밖에서 시위를 벌이는 사람들이 참가자들의 입장을 막아 빈 좌석이 많았다고 해명했다.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틱톡’의 10대 이용자들이 유세장 입장권을 신청해 받은 뒤 참석하지 않았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