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제품으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 물량 공세를 펼치던 중국의 ‘스마트폰 굴기’가 위기에 봉착했다. 미국의 제재 여파로 신제품 스마트폰 생산이 어려움에 직면한 데 이어 주력시장인 인도에서의 무력충돌로 불매운동 움직임도 거세지고 있다.
지난 15일 중국과 인도의 무력 충돌로 인도 군인 20명이 숨지면서 양국 긴장이 제품 보이콧으로 번지고 있다. 인도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중국 스마트폰이 우선 표적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인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3위 삼성전자를 제외하곤 중국 브랜드가 5위까지 독식하고 있다. 샤오미가 30%로 1위, 비보가 17%로 뒤를 이었다.
실제로 인도 시장점유율 5위권 업체인 오포는 5G 스마트폰 신제품을 처음으로 출시하려던 계획을 전격 취소했다. 인도 정부가 중국 기업이 생산한 통신 장비의 구매를 금지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는 보도도 외신을 통해 전해졌다. 이로써 스마트폰과 5G 통신장비로 영역을 넓혀가는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보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국의 제재 역시 중국 업체들을 위기로 몰고 있다. 양국 갈등의 최전선에 있는 중국 화웨이는 당장 스마트폰 감산에 나서면서 사업에 차질을 빚게 됐다. 화웨이의 해외 부품 업체들은 생산량 감축·생산 중단 요청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화웨이는 연말 발매 예정인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이달 양산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이엔드 제품용 반도체를 대만 TSMC에서 조달받던 화웨이는 미 제재로 오는 9월부터 공급에 차질을 겪게 되면서 스마트폰 설계부터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자국 시장에서의 ‘애국 소비’ 영향으로 스마트폰 판매량 선두에 오른 화웨이는 삼성전자에 다시 자리를 내줄 전망이다. 21일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제조사별 5월 출하량 점유율 순위는 화웨이가 21.4%로 1위, 삼성전자가 20.7%로 2위였다. SA는 “화웨이는 해외 시장 수요가 줄고, 자국인 중국 시장에서도 치열한 경쟁에 직면하면서 5월 출하량이 감소했다”며 “6월에는 다시 삼성전자에 1위를 내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갤럭시노트20, 갤럭시폴드2 등을 내놓으면서 상반기 부진을 털어낸다는 계획이다. 회복세인 스마트폰 시장에서 플래그십 제품의 시장 점유율과 기술 주도권을 모두 가져간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8160만대를 기록, 4월 6900만대보다 18.3% 늘어났다. 삼성전자는 오는 8월 5일쯤 ‘온라인 언팩’ 행사를 통해 두 제품 등을 공개할 전망이다. 정식 출시는 8월 말에서 9월 초 사이로 예상된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