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남자프로농구 NBA 선수가 현지에서 진행 중인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 직접 참석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오랜 기간 유타 재즈의 핵심 선수로 뛰었던 파워포워드 데릭 페이버스(28)다.
스포츠전문매체 디애슬레틱에 따르면 페이버스는 미 조지아주 애틀란타에서 흑인 남성 레이샤드 브룩스(27)가 경찰 총격에 사망하고서 나흘 뒤인 지난 16일(현지시간) 직접 시위에 참가했다. 미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확산된 건 조지 플루이드 사건이지만 브룩스 피살 사건은 이 시위에 다시 한 번 불을 붙였다.
디애슬레틱은 애틀란타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페이버스가 실제로 브룩스와 같은 동네에 살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그의 친한 친구 중에는 브룩스의 친척도 있다. 농구를 하지 않았다면 자신 역시 브룩스와 같은 운명을 맞을 수 있었고, 그의 자녀들 역시 같은 세상을 살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시위에 직접 참가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페이버스는 디애슬레틱과의 인터뷰에서 “너무 끔찍하다. 현재 벌어지는 일들과 경찰이 그런 짓을 해야 한다고 느꼈다는 점 자체가 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이들에게 매우 힘든 시간이다. 과거 벌어졌던 인종차별 얘기를 들으며 자라왔지만 실제로 내가 그런 삶을 살 수 있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면서 “흑인 남성으로서 집밖으로 나갔다가 무사히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항상 두렵다”고 덧붙였다.
페이버스는 자신의 학창시절 친구가 시위를 조직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참가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애틀란타는 내게 집이나 마찬가지 느낌”이라면서 “애틀란타의 이 동네에 사는 사람들은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잘 안다. 이번 일은 하고 싶었다. 해야만 한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페이버스는 어린 시절 애틀란타에서 홀어머니 아래 삼남매 중 하나로 자랐다. 그의 어머니는 최근 세상을 떠났다.
페이버스는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유타에서 뛰면서 헌신적인 플레이로 이름을 날렸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던 센터 루디 고베어와 함께 팀 리빌딩의 중심으로서 리그에서 손꼽히는 골밑을 구축했다. 하지만 최근 수년 간 부상을 겪으면서 지난 시즌부터 뉴올리언스 펠리컨스로 이적, 팀 내 베테랑으로서 활약하고 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