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소연 한국 정복… 5번째 ‘내셔널 타이틀 도장깨기’

입력 2020-06-21 15:34 수정 2020-06-21 15:55
유소연이 21일 인천 서구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에서 열린 2020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34회 한국여자오픈 최종 4라운드 3번 홀에서 그린을 살피고 있다. 한국여자오픈 조직위원회 제공

유소연(30)이 마침내 한국여자오픈을 정복했다. 2009년 중국, 2011년 미국, 2014년 캐나다, 2018년 일본에서 차례로 여자오픈을 정복한 유소연은 조국에서 통산 5번째 ‘내셔널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유소연은 21일 인천 서구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파72·6929야드)에서 열린 2020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두 번째 메이저 대회인 제34회 한국여자오픈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와 보기를 1개씩 쳐 이븐파 72타를 적어냈다. 최종 합계 12언더파 276타. 단독 2위 김효주(12언더파 277타를·25)를 1타 차이로 밀어내고 우승했다.

유소연에게 한국여자오픈은 2008년 KLPGA 투어에서 데뷔한 뒤 프로 13년차에 이를 때까지 세계를 무대로 펼쳐온 ‘여자오픈 도장깨기’에서 미완의 과제와 같았다. 유소연은 5번째 한국여자오픈 도전에서 트로피 손에 넣었다. 우승 상금은 2억5000만원이다.

유소연은 지난 2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ISPS 한다 호주 여자오픈을 마지막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에 휘말려 4개월을 쉬고 출전한 정규 투어에서 올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또 2015년 8월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 이후 4년 10개월 만에 KLPGA 통산 10승을 달성했다.

유소연은 2012년에 데뷔한 LPGA 투어에서 신인왕을 차지했고, 2017년 한때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던 강자다. LPGA 투어 통산 6승을 거뒀고, 현재 랭킹은 18위에 있다. 유소연은 한국 선수의 도쿄올림픽 본선행 ‘커트라인’인 세계 랭킹 10위보다 8계단 밑에 있다. 모두 4명까지 올림픽 본선행이 허용되는 한국 선수 가운데 7위에 해당한다.

여자골프 세계 랭킹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직후인 지난 3월 16일을 마지막으로 집계가 중단됐다. 미국·유럽·일본보다 먼저 재개된 KLPGA 투어 성적은 향후에 세계 랭킹으로 반영될 예정이다. 올 시즌 KLPGA 투어 두 번째 ‘메이저 퀸’인 유소연의 세계 랭킹은 올림픽 본선행 경쟁권까지 치솟을 수 있다.

유소연이 21일 인천 서구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 시상식장에서 2020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34회 한국여자오픈 우승 트로피에 입맞춤하고 있다. 한국여자오픈 조직위원회 제공

전장의 긴 거리와 곳곳에 도사리는 난코스는 유소연의 우승길을 가로막지 못했다.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은 코스 전장 6929야드에 길이 80㎜짜리 러프로 그린을 둘러싸 오버파를 끌어내는 난코스로 악명이 높다. 6900야드를 넘긴 코스에서 펼쳐진 대회는 KLPGA 투어 사상 처음이다. 샷·퍼트 감각과는 별도로 장타를 치는 선수에게 유리할 수 있다.

지난 시즌 LPGA 투어에서 평균 드라이브 비거리 253.50야드를 기록한 유소연은 장타자가 아니다. 하지만 특유의 기복 없는 경기력으로 난코스를 뚫고 나갔다. 특히 해저드·러프와 같은 위험 요소로 가득한 12~14번 홀, 이른바 ‘베어즈 랜드마인’(곰의 지뢰)에서 유소현은 나흘간 단 1타도 잃지 않았다. 지난 19일 2라운드에서는 베어즈 랜드마인에서 3개 홀 연속으로 버디를 치는 진기록을 썼다.

유소연은 이날 후반부 9개 홀에서 1타 차이인 김효주와 살얼음판 같은 파 행진을 계속했지만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유소연과 김효주는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나란히 세컨드샷을 벙커에 빠뜨려 긴장감을 최고조로 만들었다. 김효주가 먼저 파로 마무리하고 연장을 기다리던 이 홀에서 유소연은 벙커샷을 홀컵 옆에 붙인 뒤 파 퍼트에 성공해 우승을 확정했다.

인천=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