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선기 경북 칠곡군수가 주한 에티오피아 대사관을 찾아 보훈 마스크 3만장을 전달했다.
6.25 전쟁 당시 아프리카에서 유일하게 전투병을 파병한 에티오피아와 마스크를 통한 보훈 외교를 위해서다.
21일 칠곡군에 따르면 백 군수는 서울 용산의 주한 에티오피아 대사관을 방문해 주민들의 기부를 통해 마련된 마스크 3만장, 손소독제 250병 등의 방역 물품과 손편지 700여 통을 전달했다. 70년 전 에티오피아 6.25참전 용사의 희생과 헌신에 보답하기 위함이다.
백 군수는 대사관 앞에서 쉬페로 시구테(Shiferaw Shigute) 주한 에티오피아 대사에게 방역 물품을 전달하며 고마움을 전했다. 쉬페로 시구테 대사는 팝콘과 커피를 대접하며 귀한 손님을 환영하는 에티오피아 고유의 ‘커피 세리머니’로 백 군수를 맞이하는 등 우정을 과시했다. 마스크는 이달 중 에티오피아 항공을 통해 참전용사와 유가족에게 배달된다.
마스크는 칠곡 주민들의 기부를 통해 마련돼 그 의미가 크다.
뇌병변 장애 1급인 장윤혁(45·왜관읍)씨는 휠체어를 타고 마트와 약국을 돌며 어렵게 구한 마스크 365장을 기부했다.
박덕용(86·왜관읍) 6.25 참전유공자회 칠곡군지회장은 어버이날 자녀가 마련해 준 공적 마스크 30장을 70년 전 생사를 함께한 에티오피아 전우를 위해 기꺼이 내 놨다.
칠곡군 인문학 마을 주민과 아파트 부녀회는 참전용사를 위해 재봉틀을 돌려 직접 면 마스크를 제작했다.
이러한 주민들의 자발적인 기부는 백 군수가 지난 4월부터 시작한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6037명의 헌신에 결초보은(結草報恩)을 위해 6037장의 마스크를 마련하는 ‘6037 캠페인’의 초석이 됐다.
칠곡에서 시작된 캠페인 물결은 전국으로 확산돼 두 달여 만에 목표치 6037장의 5배인 3만장을 넘어섰다.
가수 소향은 한국전쟁 참전용사에게 마스크를 기부하는 캠페인의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고 칠곡군은 6037 캠페인을 당분간 이어 간다는 계획이다.
아닐 마스크와 함께 전달된 감사의 마음을 담은 손편지도 관심을 끈다.
영어에 익숙하지 않는 최삼자(73·석적읍) 할머니는 며느리의 도움을 받아 생존한 138명의 참전용사를 위해 138통의 손편지를 일일이 썼다.
쉬페로 쉬구테 대사는 “2014년부터 7년째 에티오피아 지원 사업을 이어온 백 군수의 진정성과 보훈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에 전달된 마스크가 코로나19 바이러스로부터 에티오피아 참전용사들과 그 후손들을 지키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 칠곡군수는 “에티오피아 참전용사의 값진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존재할 수 있었다”며 “6.25 전쟁 70주년을 맞아 참전용사에게 마스크를 전달할 수 있어 뜻깊게 생각하며 앞으로도 참전용사의 희생과 헌신을 알리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칠곡=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