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보라” “맹구 같은 소리” ‘윤석열 사퇴’ 비판한 진중권

입력 2020-06-22 00:16
윤석열 검찰총장(좌)이 2020년 1월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별관에서 열린 '대검 신년 다짐회'에서 신년사를 낭독하고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우)가 2월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영등포구 하이서울유스호스텔에서 열린 안철수와 함께 만드는 신당 발기인대회 2부 행사로 열린 강연 "무너진 정의와 공정의 회복"에 참석해 마스크를 쓰고 있다. 뉴시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윤석열 검찰총장 압박 수위를 높이는 여권을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윤석열 사퇴’를 공론화한 설훈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과 우희종 전 더불어시민당 대표를 향해 “맹구 같은 소리” 등의 거친 발언을 쏟아냈다.

진 전 교수는 지난 20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윤 총장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그는 “민주당 사람들은 윤 총장을 임명할 때 강직함을 칭찬했고, 통합당 사람들은 윤 총장이 독립적 수사를 했다가 좌천당한 걸 복수하지 않을까 우려해 임명을 반대했다”며 “지금은 평가가 정반대로 바뀌었다. 윤 총장의 칼이 공정하며 중립적이라는 뜻이다. 주책없이 표변한 건 윤 총장이 아니라 여야의 정치적 처지”라고 꼬집었다.

이어 진 전 교수는 ‘윤석열 사퇴’ 카드를 공론화한 우 전 대표와 설 최고위원을 비난했다. 진 전 교수는 “어용지식인 우희종 교수는 ‘총선에서 자기들이 압승한 게 윤 총장 물러나라는 뜻이었다’며 (여권이) 하고 싶은 말을 대신했다. 맹구 같은 소리다”며 “민주당이 승리하면 윤 총장을 내칠 것이라 주장했던 쪽은 야당이었다. 민주당은 극구 ‘아니다’고 부정했다. 거짓말하는 거 봐라. 아주 나쁜 사람이다”고 비판했다.

과거 “돈이나 권력에 굴할 사람이 아니다”며 윤 총장을 옹호했지만 최근 ‘윤석열 사퇴’ 카드를 꺼낸 설 최고위원을 향해서는 “그렇게 윤 총장을 내치고 싶으면 대통령에게 그를 내치라고 요구하라. 그리고 대통령에게 그에 따른 정치적 책임을 당당히 지라고 주문하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그럴 게 아니라면 구시렁대지 말고 그냥 입 다물라”고 했다.

진 전 교수는 여권이 최근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감찰조사와 관련해 대검찰청을 비판하는 이유도 윤 총장을 공격하기 위한 것이라고 봤다. 그는 “저들이 갑자기 사기꾼들을 내세워 한명숙 건을 들고나온 데에는 크게 두 가지 목적이 있다. 하나는 VIP 숙원사업의 처리다. 친노 대모의 명예를 회복시켜주는 게 대통령의 뜻으로 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다른 하나는 윤석열 흔들기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가 출범하기 전까지 자기들에 대한 수사를 멈추라는 시그널을 보내는 것”이라며 “공수처장은 어디서 어용 하나 데려다가 앉혀 놓을 것이다. 그러면 자기들 세상이 될 텐데, 그 전에 지금 걸려있는 수사들이 끝나지 않게 최대한 방해하겠다는 뜻이다. 검찰개혁의 핵심은 수사기관의 독립성인데, 그 목적이 완전히 변질됐다”고 주장했다.

진 전 교수는 마지막으로 여권 화두인 ‘언론개혁’도 비판했다. 그는 “행정부를 장악하고, 입법부를 장악하고, 이제 그 힘으로 사법기관들까지 흔들려고 한다. 삼권분립을 무너뜨려, 그 누구에게도 견제받지 않고 나라를 맘대로 주무르겠다는 욕망”이라며 “그다음엔 ‘언론개혁’을 한단다. 이미 도처에 널린 게 어용매체고, 비판매체는 탄압을 받고 있는데, 뭘 어떻게 더하겠다는 건지. 이들의 욕망에는 끝이 없어 보인다”며 글을 맺었다.

4월 13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서울 용산구 강태웅 후보자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 합동 선거대책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더불어시민당 우희종 상임선대위원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설 최고위원은 지난 19일 YTN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민주당 의원으로는 처음으로 윤석열 사퇴를 거론했다. 그는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총장과 법무부 장관이 서로 견해가 달라서 싸우는 듯한 이런 모습은 보인 적이 없었다. 윤 총장과 추 장관이 서로 다투는 걸로 보이는 건 지극히 안 좋은 사태이기 때문에 조만간 결판을 지어야 한다”며 “총장이 임기가 있다고 하지만 이런 상태로 법무행정·사법행정이 진행된다고 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설 최고위원은 이날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윤 총장은 임기 보장과 상관없이 갈등이 일어나면 물러나는 것이 상책”이라며 “적어도 책임 있는 자세를 갖춘 사람이라면, 나라면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우 전 공동대표는 지난 20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번 총선에서 집권당이 과반을 넘는 일방적 결과는 굳이 이야기 하지 않더라도 윤석열씨에게 빨리 거취를 정하라는 국민 목소리였다”며 “눈치가 없는 것인지, 불필요한 자존심인지 뻔한 상황인데, 윤석열씨는 갈수록 더 하니 그나마 이런저런 계산하는 정치인들조차 이제는 그만하시라 말하지 않을 수 없는 듯하다”며 설 최고위원을 옹호했다.

그러면서 “나 역시 총선 직후 물었다만, 다시 묻고자 한다. ‘윤 총장님, 이제 어찌할 것입니까? 자신이 서 있어야 할 곳에 서십시오’”라며 글을 맺었다.

박준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