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타자 추신수의 소속팀이자 과거 박찬호가 뛰기도 했던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구단 텍사스 레인저스가 팀 이름을 바꾸라는 여론의 요구에 난처해하고 있다. 인종 탄압의 역사와 무관하지 않은 구단명이 지역을 대표하기에 부적절하다는 주장이다. 최근 미 전역에서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빗발치는 등 사회적 분위기도 이번 주장에 힘을 싣고 있지만 구단은 일단 요구를 공식적으로 거부했다.
레인저스의 연고지인 미 텍사스주 지역 일간 댈러스모닝뉴스에 따르면 레인저스 구단은 20일(현지시간) 공식 성명을 발표해 구단명을 변경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레인저스는 성명에서 “우리 구단 이름이 본래 사법기관에서 따온 것일지라도, 레인저스는 1971년 구단 창단 당시부터 스스로의 독립된 정체성을 일궈왔다”며 “레인저스는 평등을 지지하며 그 어떤 형태의 인종주의와 편협함, 차별을 반대한다”고 발표했다.
레인저스는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유색인종 사회에 귀 기울이고 도울 것”이라면서 “레인저스 재단은 지난 30년 동안 4500만 달러(약 544억원)를 소외 공동체 젊은이들의 보건과 교육 등을 위해 투자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더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레인저스의 이름이 우리 공동체의 희망과 더 나은 미래를 대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시 약속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논란은 지역지인 일간 시카고트리뷴 필진 스티브 채프먼의 칼럼에서 시작됐다. 채프먼은 지난 17일 ‘레인저스는 폭력적·인종차별적 역사의 경찰을 기념하는 구단명을 바꿔야 한다’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텍사스 레인저(순찰대)’가 19세기 이 지역에서 유색인종 마을을 불태우고 무고한 주민을 학살하는 등 만행을 저질렀던 걸 지적했다.
그는 “구단명이 (과거의 순찰대가 아닌) 현 경찰을 기념하는 것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역사와 유래 없이는 애초에 레인저스라는 이름이 선택받지도 않았을 것”이라면서 “누가 MLB 구단에게 ‘경찰’ ‘고속도로 순찰대’ 같은 이름을 붙이겠나”라고 비꼬았다. 그는 이어 “레인저스의 구단명은 히스패닉과 아프리카계, 인종평등을 지지하는 그 누구에게라도 반대할 대상”이라면서 “구단주와 팬들 모두에게 용납 못할 불명예”라고 주장했다.
전통적으로 백인 인구 비중이 높은 텍사스주에서도 최근 인종차별 반대 움직임은 거세다. 텍사스 경찰은 이달 초 텍사스 레인저의 과거 만행과 관련한 논란이 불거지자 수도 댈러스 러브필드 지역에 1962년부터 설치되어 있던 텍사스 레인저 동상을 철거했다. 관련 논란이 커진 데는 텍사스의 인구에서 히스패닉계가 차지하는 비중이 비(非) 히스패닉계 백인의 비중과 맞먹을 정도로 높아진 이유도 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