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간 폭행과 학대 등 가정폭력으로 검거된 사람이 1년 새 약 35% 급증했다. 반면에 가정폭력 피해자를 보호할 법적 수단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국회에서 가정폭력범을 현장 체포하는 걸 골자로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21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양경숙(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가정폭력 사범 검거 인원은 5만8987명에 이른다. 2018년(4만3576명)보다 35.4%나 늘었다.
검거 이후 구속·보호처분 등 실질적 처분을 받은 폭력사범 숫자도 크게 증가했다. 검거 이후 구속된 사람은 지난해 505명으로 전년(355명)보다 42.3% 늘었다. 형사처벌 대신 사회봉사, 보호관찰, 접근권 차단 등 보호처분을 받은 가정폭력 사범은 지난해 2만1103명으로 전년(1만4689명) 대비 43.7% 증가했다.
가정폭력은 현행법상 가족 간 신체·정신적 또는 재산상 피해를 일으키는 행위다. 배우자나 자녀, 부모 사이에서 저지르는 폭행, 학대, 협박, 성폭행, 살인 등이 모두 가정폭력 범죄에 포함된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8~11월 전국의 만 19세 이상 남녀 9060명을 대상으로 실태를 조사했더니 여성의 10.3%, 남성의 6.2%가 배우자로부터 가정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집계됐다.
만 18세 미만 아동을 키우는 사람 중 지난 1년간 학대를 가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27.6%였다. 정서적 폭력(24.0%)이 가장 많았고 이어 신체적 폭력, 방임 등이었다.
65세 이상 노인들은 자녀나 사위, 며느리 등으로부터 학대를 당한 적이 있다고 답한 비율이 3.8%로 나타났다. 정서적 폭력이 3.5%로 가장 많았다. 방임, 신체적 폭력, 경제적 학대 등이 뒤를 이었다.
응답자 중 ‘가정폭력은 가정 안에서 해결해야 할 개인적 문제가 아니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81.5%였다. 응답자의 61.9%는 가정폭력을 줄이려면 법적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양 의원은 동료 의원 10명과 함께 가정폭력범을 현장에서 즉시 체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가정폭력처벌특례법개정안(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지난 19일 발의했다.
현행법에는 범죄 현장에서 폭력행위를 제지하고 수사단계에서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하는 조치만 규정돼 있어 추가 범죄가 발생할 우려가 컸다. 양 의원은 피해자 보호 조치를 위배했을 때 가정폭력 사범의 처벌 수위를 강화했다.
먼저 피해자 보호차원에서 면접교섭권을 제한했을 때 이를 위반하면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현재는 과태료 300만원을 부과하고 있다.
가정폭력 상담을 조건으로 재판에 부쳐지는 것을 유예받는 상담조건부 기소유예 조항을 폐지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담았다.
양 의원은 “가해자 처벌의 실효성을 높이고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개정안을 제출했다”면서 “가정폭력은 집안 문제가 아닌 심각한 범죄로 인식하고 더욱 적극적으로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를 엄벌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