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장론 철없다” 비판에 오세훈이 내놓은 반쪽짜리 반박

입력 2020-06-21 10:36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광진을에 출마하는 오세훈 미래통합당 당시 후보가 지난 4월 8일 서울 광진구 구의1동 일대에서 유세차를 타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핵무장론’에 쏟아지는 여야의 비판을 반박했다. 핵을 외교협상의 지렛대로 쓰는 방안을 검토해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국제사회에서의 고립, 한·미동맹 약화 우려 등 쏟아지는 지적을 해명하지 않았다.

오 전 시장은 지난 19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기사 한 줄 나려고 철없는 주장을 한다”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비판을 인용하며 “한 사람이 오랜 세월 연구해서 형성한 정책 제안에 대해 그런 수준의 말씀은 삼가 달라”고 운을 뗐다.

이어 핵을 ‘외교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지렛대’로 규정했다. 오 전 시장은 “외교협상에서는 우위를 점하기 위한 지렛대가 있으면 성공확률이 높다. 북한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중국이 진심으로 북핵 폐기에 나서도록 유도할 수 있는 더 효율적이고 매력적인 방안이 (핵 말고) 있나. 핵을 절대 놓고 싶어 하지 않는 북한을 상대할 더 이상의 묘책이 있으면 제시해 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지렛대를 스스로 포기한 정부·여당이 안쓰러워, 생각의 지평을 넓혀드린 것이 잘못된 야당 역할인가”라며 “이 수 저 수 다 써 보았으니, 핵 옵션 고려하는 제스쳐라도 검토해 보라”고 제안했다.

앞서 오 전 시장은 17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핵보유국은 게임체인저로 등극하고, 상대방은 핵의 존재만으로도 스스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핵무장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국제질서의 평화는 힘에서 나온다”며 “계속 가중될 북한의 ‘겁주기’ 앞에서 굴종적 평화를 동족애로 포장하며 정신승리에 안주할 것인가. 아니면 자체 핵개발 카드와 전술핵 재배치 카드의 장단점을 비교 선택하여 힘의 균형이 잡힌 진짜 평화를 후세에게 물려줄 것인가”라고 적었다. 유화적인 대북정책을 펴지 말고 핵을 보유해야 외교를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갈 수 있다는 주장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윤미향 의원실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오 전 시장의 주장은 여야 모두에게 비판을 받았다. 정청래 의원은 19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무모하고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꼬집었다.

정 의원은 “우리가 핵을 만든다는 것은 결론적으로 한·미동맹을 깨겠다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래통합당은 핵무장을 주장하려면 한·미 원자력협정부터 철폐하자고 해야 한다. 북한 핵으로도 골치 아픈 미국이 한국의 핵 무장화를 허용하겠는가”라며 “핵확산금지조약(NPT)도 탈퇴해야 한다. 국제적 고립과 경제제재·보복을 감당하겠다는 것인가? 일시적 감정으로 핵 운운하지 말라”고 했다.

정 의원은 이어 미국과 무관하게 핵 무장화를 추진하는 것도 불가능하거니와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핵 무장을) 감행한다면 우리도 북한처럼 경제제재를 감내하겠다는 것인가. 한반도 평화와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얄팍한 노이즈 마케팅을 중단하시기 바란다. 기사 한줄 나려고 이런 철없는 주장을 하다니…. 참 딱하다”고 썼다.

윤상현 무소속 의원도 오 전 시장의 주장을 비판했다. 그는 19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자체 핵무장은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되는 것을 의미한다. 당장 원전 연료부터 수입할 수 없게 되고, 무역은 멈출 것이다. 우리 경제에 미칠 막대한 충격은 예측도 어렵다. 무엇보다 지구촌에서 ‘불량국가 DPRK(북한)’와 같은 부류로 취급되는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윤 의원은 정 의원과 달리 “대북 대비태세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며 “한·미 연합전력의 복원이 시급하다. 중단되거나 축소된 연합훈련을 재개하여 훼손된 한·미동맹 전력을 재보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준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