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은 바람난 전남친”… 아라뱃길 시체유기 사건 전말

입력 2020-06-21 08:10
전 여자친구 살해 후 시신 유기한 20대 남성(사진 왼쪽)과 여자친구. 연합뉴스

올해 2월 인천 경인아라뱃길 인근 갈대밭에 젊은 여성의 시신을 마대 자루에 넣어 유기한 피의자들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 표극창)는 최근 열린 선고 공판에서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하고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을 명령했다고 20일 밝혔다. 또 시신 유기에 가담한 혐의(사체유기)로 함께 기소된 A씨의 현재 여자친구 B(26)씨에게는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에 대해 “피고인은 청소년 시절부터 다양한 범죄를 저질렀고 이번 사건 범행도 다른 범행의 집행유예 기간에 저질렀다”며 “피고인에게 그에 상응하는 엄벌을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B씨에게는 “피고인은 A씨가 피해자를 살해한 사실을 알고도 자수를 권유하지 않고 시신 유기에 능동적으로 가담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28·남)씨는 지난해 8월부터 두 여자 사이를 오가며 갈팡질팡했다. B(26·여)씨와 사귀다가 1년 4개월 만에 헤어지고 C(29·여)씨와 만났으나 그와도 얼마 못 가 성격 차이로 헤어졌다. 이후 A씨는 다시 B씨와 교제하다가 C씨와 화해하고 재차 사귀는 등 두 여자를 번갈아 가며 만났다.

올해 1월 C씨는 남자친구가 전 여자친구인 B씨를 다시 만나는 사실을 알게 됐고, 화가 난 그는 A씨에게 “과거에 폭행한 일들을 모두 고소하겠다”고 통보했다. 당시 다른 사건으로 집행유예 기간이었던 A씨는 C씨의 고소로 구속될까봐 겁이 나 1월 12일 오전 6시쯤 C씨를 설득하기 위해 서울시 강서구에 위치한 C씨의 집으로 찾아갔다.

A씨는 “고소하지 말라”고 압박했으나 C씨는 “절대 합의해주지 않겠다”며 거절했고, 둘 사이에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화가 난 C씨가 “네가 하는 불법 출장 마사지도 다 신고하겠다”고 하자 A씨는 격분해 주먹으로 C씨의 얼굴을 수차례 때렸다. 이에 ‘무거운 처벌을 받겠다’는 생각이 든 A씨는 결국 C씨를 목 졸라 살해했다. C씨의 사인은 경부 압박에 의한 질식사였다.

범행 후 A씨는 당시 여자친구인 B씨에게 전화를 걸어 “전 여자친구를 죽였다”고 말했다. 한 시간 뒤 B씨가 사건 발생 장소로 찾아왔고, 인근 모텔에 들어가 어떻게 할지 상의한 끝에 두 사람은 C씨의 시신을 물에 빠뜨려 사건을 은폐하기로 했다.

당일 저녁 A씨와 B씨는 서울 한 쇼핑몰에서 여행용 가방을 샀고, 인근 가게 앞에 놓여 있던 마대 자루도 챙겨 모텔로 돌아왔다. 날이 밝자 이들은 C씨 집에 돌아가 시신을 마대 자루와 여행용 가방에 차례로 담은 뒤 승용차 트렁크에 옮겨 싣고 강화도로 향했다. 가는 길에 서구 한 체육용품 판매점에 들러 가방에 함께 넣을 8㎏짜리 아령 1개와 6㎏짜리 아령 2개도 샀다.

오후 2시쯤 강화도 하천 인근에 도착한 A씨와 B씨는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기다렸다. A씨는 오후 11시가 되자 C씨의 시신이 담긴 마대 자루에 아령을 집어넣고서 다리 난간 너머로 던지려고 했다. 그러나 난간이 높은 데다 마대 자루가 무거워 실패했다.

그는 B씨와 함께 다시 서울 모텔로 돌아가 하루를 보낸 뒤 다음 날 인천 경인아라뱃길로 가 결국 목상교 인근 갈대밭에 C씨 시신이 담긴 마대 자루를 버렸다. A씨는 시신 유기 장소를 물색하던 중 경치 좋은 곳에서 ‘셀카’를 찍기도 했다.

부패한 C씨의 시신이 발견된 건 사건 발생 후 40일가량 지난 올해 2월 25일이었다. 시신이 발견되고서 2시간도 채 되지 않아 A씨와 B씨가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범행 후 숨진 C씨의 휴대전화로 자신이 C씨인 것처럼 속여 유족에게 “걱정하지 말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도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남자친구를 좋아해서 범행을 도왔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