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북미 정상회담 앞두고 심기불편” 볼턴 회고록 폭로

입력 2020-06-21 07:1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EPA연합뉴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에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뤄진 일본의 대미외교전이 일부 소개된 것으로 파악됐다.

2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볼턴 전 보좌관은 회고록에서 2018년 5월 4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비공개로 백악관을 방문한 날, 일본 안보 사령관인 야치 쇼타로 당시 일본 국가안보국장도 뒤이어 자신을 찾아왔다고 폭로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야치 국장도 판문점 회담에 대해 얘기했는데 일본이 당시 전 과정을 얼마나 긴밀하게 파악하고 있는지를 보여줬다”면서 “야치 국장은 서울에서 나오는 행복감에 맞서고 싶어 했고 우리가 북한의 전통적인 ‘행동 대 행동’ 접근에 속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당시 볼턴 전 보좌관과 야치 전 국장의 회동에 대한 백악관 보도자료에는 “북한 대량살상무기(WMD)의 완전하고 영구적 폐기라는 공동 목표를 재확인했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야치 전 국장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 핵무기에 국한하지 않고 WMD로 범위를 확장해 요구 조건을 높여야 한다고 미국을 설득했고 강경파인 볼턴 전 보좌관이 이를 배려한 셈이다. 일본 아베 내각은 줄곧 북한의 핵무기 이외에도 생화학무기와 탄도미사일을 함께 폐기해야 한다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왔다.

2018년 4·27 남북정상회담을 기점으로 북미정상회담 등 남북미간 평화외교가 숨 가쁘게 진행될 당시 일본은 이 과정에서 전체적으로 소외된 상황이었다.

회고록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평화상에 추천하겠다”고 말했다는 대목도 나오는데 어떤 맥락에서 나온 것인지는 자세한 설명이 없다. 청와대는 지난해 2월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문 대통령이 직접 추천하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고 밝힌 바 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