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도시 소방관 위해 152만원 기부…익명의 광주시민

입력 2020-06-20 14:15

‘형제도시 달구벌 소방관님들께’

빛고을과 달구벌의 첫 글자를 딴 ‘달빛동맹’이 곳곳에서 영글고 있다.

익명의 광주시민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고생하는 대구 소방관들을 위해 강의료 152만원을 기부했다.

‘빛고을 광주에서 보험설계사 겸 보상강의를 하는 40대 중년 남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 남자는 19일 밤 10시쯤 대구 동부소방서 119구급대에 봉투 2개를 두고 급히 사라졌다.

사무실 문을 연 뒤 “고생 많으십니다”라는 짧은 한마디와 함께 5만원권 15장과 1만원권 2장 등 현금·편지가 담긴 봉투를 던지다시피 놓고는 밖으로 급히 나가 종적을 감춘 것이다.

동부소방서 근무자가 이 남성을 급히 뒤따라가 찾았으나 동대구역 방향으로 뛰어가는 바람에 더 이상 행방을 찾을 수 없었고 이름조차 묻지 못했다.

이 남성이 남긴 봉투에는 현금 152만과 감사 편지가 각각 들어있었다.

그는 편지에서 “코로나로 영업에 어려움을 많이 겪었을 대구지역 설계사를 위해 강의료를 50% 할인해드렸고 그렇게 받은 강의료 전액을 항상 시민 안전을 위해 애쓰는 소방관들께 기부한다"고 적었다.

이어 “초창기에 코로나가 창궐한 달구벌 소방관님들께서 더 힘들었을 것 같은 생각에 이곳에 기부하기로 했다. 이런 뜻에 많은 수강생이 동참했다”며 “일부 수강생은 강의에 오지 않음에도 선뜻 기부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 안되기에 강의장 정원의 3/2인원만 모집했고 위생 또한 철저히 지켜며 진행했다”덧붙였다.

대구소방서 측은 “코로나19로 강의료 수입도 한동안 여의치 않았을텐데 예상하지 못한 익명 기부가 감동적으로 다가왔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구시와 광주시는 국민대통합에 앞장서는 의미에서 2013년 3월 달빛동맹 공동협력협약을 맺었다. 2009년 의료분야 공동행사에서 달빛동맹이라는 명칭을 사용한 이후 4년여 만의 결실이었다.

이후 수년전부터 광주 5·18민주화운동과 대구 2·2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교차 참석하는 등 교류와 협력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이와 함께 달빛동맹 민관협력위원회의 제안에 따라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공유하는 상징적 차원에서 대구에 518번, 광주에 228번 시내버스 노선을 신설해 운행하고 있다.

지난 2월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대구시가 가장 먼저 광주에 보건용 마스크 1만장을 지원했다. 이에 광주시가 화답해 대구에 마스크 4만장과 확진자 병원 병상을 전국에서 최초로 제공해 뜨거운 ‘달빛동맹’의 우애를 과시하기도 했다.

소방서 관계자는 “기부금을 일선에서 고생하는 구급대원들을 위해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