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당뇨병 환자와 흡연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더 취약한 이유를 우리 방역당국 연구진이 밝혀냈다.
그간 해외에서 일부 기저질환자와 흡연자의 코로나19 감염과의 상관성 관련 연구결과가 발표되긴 했지만 국내에서 나온 건 처음이다.
담배 연기에 노출되거나 뇌졸중, 당뇨병이 있으면 코로나19의 표면 돌기인 ‘스파이크’ 단백질과 결합하는 인체 세포내 바이러스 수용체인 ‘안지오텐신전환효소(ACE2)’가 증가해 중증으로 진행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ACE2는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가 인간 세포 내로 침입 시 이용되는 수용체로 알려져 있다.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은 이 같은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인 생화학·생물리학 연구학회지(Biochemical and Biophysical Research Communications) 최근호에 발표했다고 20일 밝혔다.
코로나19는 표면 스파이크 단백질을 ACE2에 결합시켜 세포 내로 침투하고 증폭하는데, 결국 ACE2가 많은 환자들이 그렇지 않은 환자들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 ACE2는 폐 심장 동맥 신장 등 여러 신체조직 세포막에 존재한다.
허혈성 뇌졸중에 걸린 동물모델 뇌 조직을 분석한 결과 뇌경색 주변 뇌 조직에서 ACE2가 증가함을 확인했다. 뇌졸중에 노출된 후 시간 경과에 따라 3주까지 ACE2 발현이 늘었다.
또 담배연기 추출액(Cigarette smoke extract)에 노출된 뇌 혈관세포와 뇌 성상세포에서 ACE2가 증가했다. 성상세포는 뇌를 구성하고 있는 3가지 주요 세포 중 하나로 신경세포에 영양분을 공급하고 세포활동을 돕는다.
아울러 당뇨병 환자 유래 동맥(혈관) 및 동물 모델의 뇌 조직에서 ACE2가 증가하는 걸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당뇨, 뇌졸중 등 기저질환자와 흡연자가 코로나19에 더 취약했던 원인을 밝혔다는데 의의가 있으며 금연과 사회적 거리두기 등 예방관리에 특히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로 인해 중증이나 사망으로 이어지는 위험요소로 고령자, 만성질환, 흡연을 꼽았다. 만성질환은 당뇨병, 고혈압, 심뇌혈관질환(심장질환, 뇌졸중 등), 만성호흡기질환, 만성콩팥질환, 면역억제, 암 등을 포함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코로나19 입원 환자 중 만성질환자 비율이 91.7%에 달한다고 보고했다. 국내 코로나19 사망자 중 만성질환이 있는 환자는 전체의 약 98.5%(5월 21일 기준)이었다.
심뇌혈관질환 등 순환기계 질환 76.5%, 당뇨병 등 내분비계 질환 47.7%, 치매 등 정신질환 43.9%, 만성폐쇄성폐질환 등 호흡기계 질환 23.5% 등 순이었다(중복 가능).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